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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Aug 31. 2023

작업치료가 무엇이냐고 묻는 물음에 대답하는 당신에게

말보다 보여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책 <이어령의 마지막수업>을 읽다가 '큰 질문을 경계하라' 부분에 멈추게 되었다. 이어령 선생의 글을 읽고 강원도에서 벌을 치던 사람이 찾아와 다짜고짜 '선생님, 문학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은 추상적인 큰 질문은 무모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아인슈타인에게 '과학이란 무엇입니까?'라던가 철학자에세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하는 식의 질문으로는 답변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질문이 너무 크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답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이 사람이 어디까지 알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알고자 질문은 했지만 역설적으로 배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거다. 큰 질문으로는 배움이 시작되지 못하기에 작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작업치료를 떠올렸다. 작업치료사라면 '작업치료가 뭐에요?'라는 질문은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 받게 되는 질문이다. 작업치료사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10년 전보다 확실히 덜 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작업치료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작업치료사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오해할까 하여 먼저 말하지만 '작업치료가 무엇인지' 묻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게 그렇게 큰 빅 퀘스천도 아닐뿐더러 작업치료사라면 마땅히 작업치료가 무엇인지 잘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처럼 듣기만 하면 딱 아는 그런 전문가가 아직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따름이다. 


이 글을 읽는 이가 작업치료사라면 질문 하고 싶다. 치료사로서 '작업치료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 상황에 따라, 질문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또 자신의 임상 경력에 따라서도 설명이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더 고급질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다. 


누군가 '작업치료가 뭐에요?'라고 물었을 때 나름대로 답변한 '작업치료에 대한 내용'이 현실에서 본인이 시행하고 있는 작업치료인가? 궁금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치료와 답변한 설명이 일치한다면 뿌듯할테지만 만약 설명과 현실 치료가 상이하다면 스스로 찜찜할 것이다. 답변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작업치료사의 활동 영역이 정말 넓어졌다. 대부분 의료기관에서만 일하던 작업치료사들이 지역사회 내 공공/민간 기관 다양한 곳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도 '회복기재활전문병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권역재활병원' 등 이라는  타이틀로 최적의 재활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작업치료사들과 공적인 캠페인 같은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구호는 "말로만 설명되는 작업치료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 작업치료를 행동으로 보여주자"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일상생활치료 전문가라면 일상생활치료를 매일 치료에서 진짜 하는 거다. 직업복귀를 돕고 운전재활도 한다는 교과서의 정의 말고 진짜 그와 관련된 치료 행위를 하자는 거다. 퇴원해서 살던 집과 동네에서 잘 적응하도록 하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면 몸을 낫게 하는 운동뿐 아니라 정말 퇴원을 하면 맞닥들일 맥락에 맞는 중재를 하자는 거다.  


매트가 주루룩 깔려 있는 녹녹치 않은 치료실 현장에서 나름 열심히 작업치료사로 살고 있는 분들에 짐을 지우려는 게 아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개개인의 유니크한 '작업'을 중재하는 작업치료사는 가장 먼저 자신의 일인 '작업치료'에 대한 통찰과 이해 그리고 확신이 가슴팍에 확고히 새겨져 있지 않으면 안되는 독특한 전문분야다. 왜 작업치료 전공책마다 'Therapeutic use of self" 을 말하겠는가. 작업치료사 자신이 자신의 일(Work)이라는 작업에 대한 건강한 이해와 논리를 기반한 근거와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확신을 점검하고 또 더 나은 작업치료사로 성장해가보자는 의미로 말로하는 설명 뿐 아니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실천적 작업치료를 다짐하는 그런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령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뜬금없지만 작업치료사들이 작업치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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