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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Sep 02. 2023

러닝 인사이트

달리면 떠오르는 생각들

이번주 다니던 수영장 내부 공사로 새벽수영을 강제 쉼이 진행 중이다. 덕분에 요가를 다시 시작했고 20분 정도 몸을 가볍게 움직여 깨워주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요가 후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날씨앱 바깥온도 24도 굿. 마음속에서 작은 외침이 들린다. '나가서 뛰어야겠다' 


오전 일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11시 50분이다. 날씨 앱으로 온도를 보니 26도. 고민을 잠깐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맞아주었다. 여름 내내 러닝을 거의 안 했으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나만의 10km 코스로 달리는데 맞바람이 불고 최근 구매한 나이키 기능성 셔츠가 몸에서 뿜어내기 시작한 땀을 바로바로 말려주는 느낌이 좋다. 그런데 이 좋은 느낌도 잠시 3km 지점을 넘어가는데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다. 실외 온도는 28도. 입고 나온 기능성 티셔츠도 검은색이라 태양 에너지를 양껏 흡수한다. 그렇다고 멈추어 걷고 싶지는 않았다. 속도를 늦추어 계속 달렸다.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하는 러닝이니 무리하지 말고 '5km까지 달리고 걷뛰를 하자.'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타협하고 있을 즈음 가로수가 나타났다. 몸은 힘들지 않았지만 태양으로 달궈진 몸과 발바닥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던 찰나 가로수 그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보폭으로 새어 보니 4 발자국이면 가로수 그늘이 끝난다. 그리 길지도 않은 그늘이지만 1km가량 반복해서 나타나주니 생각보다 뛰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생에도 별것 아닌 거 같지만 가로수와 같이 힘이 되는 무엇이 항상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두고 자신의 페이에 따라 달리고 있다. 힘들어 멈춰서 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안간힘을 내어 계속 뛰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가진 역량이 다르고 가치판단에 따라 세운 목표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달리느냐도 자신의 선택이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저마다의 페이스로 달리더라도 인생 여정에 숨은 가로수와 같은 쉼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책 한 권'일 수도 있고 '소주 한잔'일 수도 있다. 가로수 그늘에서 쉼을 챙기면서 달린다면 저마다의 목표지점에 누구나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려고 생각하니 그러는 건지. 달리기라는 활동 자체가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달릴 때마다 소소한 깨달음을 하늘이 내려준다. 이게 달리기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아무튼 선선한 가을이 되었으니 자주 러닝코스에 나서보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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