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우리 가족은 무엇을 먹었나?

무엇이든 차곡차곡 기록하면 데이터가 된다

by 작업공방 디렉터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코로나 자가격리를 당하는 바람에 육아휴직 시작이 어수선했다. 법적으로는 3월부터 육아휴직이었지만 업무 인수인계도 하지 못하고 격리된 탓에 격리가 끝나고 이틀간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했다. 아내는 3월부터 출근을 시작했고 격리기간 동안 아내와 나를 대신해 아이들을 봐주시던 어머님이 여수로 내려가신 3월 12일이 돼서야 육아를 비롯한 집안일이 나에게 넘어왔다.


이렇게 시작된 육아휴직 초반은 싱숭생숭 불편하고 어색했다. 다행히 출근할 때에도 거들어 왔던 아이들 씻기기, 청소기 돌리기, 설거지, 주말요리, 쓰레기 버리기 이 정도는 무리가 없이 했지만 매 끼니 먹는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요리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겁 없는 음식 다루기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만든 음식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다음 끼니에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게 제일 어려웠다.

그래서 만든 요리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한눈에 들어오도록 음식 사진을 에버노트에 차곡차곡 쌓아 정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록하다 보면 우리 가족의 식단의 유형을 알게 될 테고 이를 바탕으로 매 끼니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식구 입맛에 맞는 규칙적인 식단을 만들어 메뉴 걱정을 확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해당 주의 식단을 몰아서 기록했다. 5번에 걸쳐 아래와 같이 4월 식단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주로 저녁식단을 중심으로 기록한 것이다.

4월 내가 만든 요리들

아침은 계란 프라이+콘 프라이트, 콘 프라이트+사과, 식빵+우유, 계란밥, 아로니아+바나나+우유 정도로 입맛대로 자유롭게 선택해 먹는다. 점심은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형태로 큰 아들과 내가 처리 담당이다. 4월 식단을 펼쳐놓고 보니 우리 집 식단에 특징이 몇 가지 눈에 들어온다.


첫째, 한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밥상이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 치고 높은 수치가 아닐까 싶다. 30일 기준으로 다섯 끼만 양식을 먹었다.

둘째, 한 주에 두 가지 정도의 국을 끓였다. 시래기&감자된장국, 북엇국, 콩나물국, 된장찌개, 닭곰탕, 소고기 뭇국, 아욱국이다. 국밥이 좋은 식습관은 아니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먼저 요청을 하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아내는 내 스타일이라고 한다.

셋째, 고추장, 간장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셋째 주에는 닭볶음탕, 진미채, 코다리찜, 닭발, 떡볶이까지 맵고 짜게 먹었던 주다. 그래서 넷째 주에는 하얗게 메뉴를 변경했다.


넷째 주부터는 일요일 저녁 가족모임 때 아내와 아이들에게 다음 주 먹고 싶은 메뉴를 확인했다. 셋째 주에 맵고 짠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큰 아들이 요청한 김치찌개만 컨펌해주지 못했고 대부분 가족모임 때 나온 메뉴들로 90% 이상은 반영되었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하루 전 이틀 전 내가 어떤 요리를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한참은 더듬어야 한다. 4월 식단을 기록하면서 처음에 기대했던 효과 이상을 얻었다.


하루 세끼 식단을 기록하다 보니 나와 가족이 어떤 것을 먹어왔는지 알게 되고 자연스레 건강한 식단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록하며 이전에 메뉴들을 리마인드 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메뉴를 내가 혼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메뉴를 보면서 어린아이들까지 메뉴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음식 담당인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확 줄여주었기 때문에 메뉴를 다양하게 확대해 갈 여유도 생겼다. (다음 주는 백 주부님께 배운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계획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
꾸준한 기록을 통해 쌓인 데이터는
개인의 삶의 균형과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감사하게도 아이들 모두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편이다. 재밌는 것은 셋 중에 가장 마르고 입도 짧은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잘 먹는 아이로 냠냠 선생님의 이쁨은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요즘 부쩍 먹는 양이 늘어서 만들어주는 아빠가 더 즐겁다.


이제 3개월째 접어드는 육아 휴직이다. 4월 식단을 기록해 봤듯이 육아휴직의 내용과 과정을 기록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맛의 추억과 건강을 선물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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