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어느 날.
한 5년 전쯤이었나.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내려오던 눈 내린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어느 야외 주차장에서 얼어 죽은 고양이를 만났다.
외상도 하나도 없고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이던 그 아이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얼어있었다.
너무 불쌍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털엔 살얼음이 얼어 있었는데 표정은 너무도 평안해서 죽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그 얼굴에 화가 났다.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저렇게 태평할 수가.
불쌍하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해서 그곳을 먼저 빠져나왔다.
후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이 삽으로 퍼다가 어느 곳에 묻어 주었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 고양이 얼굴에 서린 평온함은 더 이상 굶주림의 걱정이 없음을,
추위를 피해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새끼들 끼니와 추위 고민에 밤 지새우지 않아도 됨을,
본인을 버린 주인에 대한 용서를,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를 얻게 된 것을
희미하게 의식이 끊어져가는 그 순간에 온 몸으로 받아들인 것이었으리라.
이후엔 매해 눈이 내리는 날이 참 싫었다. 친구를 만나 웃고 떠들면서 한편으론 길거리에 있을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로를 잃은 자식이, 그 시체를 치울 사람이, 그리고 그 아이가 걱정되었다.
오늘은 눈이 온다. 부디 하루만 더 버텨라. 낮게 웅크리고 숨죽여 기다려라. 내일은 반드시 해가 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