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이야기
어느 분야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좋은 강사를 만나야 한다. 어떤 강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배움의 질과 수준이 좌우된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다. 요가도 예외는 아니다. 요가는 혼자 하는 수련이지만 자기 혼자 수련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좋은 요가 강사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요가 강사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예쁘고 잘생기고, 몸매가 좋은 사람? 고난도 멋진 아사나들을 척척 해내는 사람? 아니면 수염을 기르거나, 인도를 자주 갈 것 같은 사람? 향을 피우고 차(茶)를 마실 것 같은 사람?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
나는 수많은 요가 학원 수업과 워크샵, 소모임 등에 참여하며 다양한 요가 강사들을 실제로 만나봤다. 내가 만난 요가 강사들은 예쁘거나 잘생기고 날씬한 사람도 퍽 많이 있었지만, 세상 모두가 그렇듯 피부가 좋지 않거나 눈이 작거나 코가 낮거나 혹은 키가 작거나 살집이 있거나 하는 등 정말 다양한 외모의 사람들이 있었다. 또 요가 강사라고 해서 다 차(茶)를 좋아하지도, 향 피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성격이 강하거나 시니컬한 사람도 있었다. 공통점은 그저 한 가지, 요가를 하고 있다는 것과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현재 요가계는 레드오션이다. 요가 학원도 요가 강사도 넘쳐난다. 그리고 요가 강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 가운데 좋은 요가 강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좋은 요가 강사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 글은 나부터가 좋은 요가 강사가 되고 싶어서 정리한 글이다. 좋은 요가 강사를 찾는 사람, 좋은 요가 강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본인이 요가를 통해 얼마나 변화되었는가? 요가로 인해 기쁨과 재미를 느끼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이 확실하지 않은 강사라면, 요가 강사가 되겠다는 다짐의 첫 단추부터 잘 못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의대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좋은 의사의 기본 자질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고 치료해주고 싶은 진심 어린 마음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러한 마음은 그 사람의 적성이 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적성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보다 요가 강사는 마음과 체력의 소모가 상당하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요가 강사를 선택했다면 백발백중 열정은 식어가고 몸은 지치고 만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요가를 통해 삶의 변화를 느끼거나 혹은 변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요가를 통해 삶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야 된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론에 불과한지 아니면 내가 정말 그러한지 스스로 알고 있는 강사라면? 본인 스스로 기쁨과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으며 그런 요가 강사는 사람들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요가는 종류에 따라 정해진 자세와 시퀀스가 있다. 강사들이 미리 요가 수업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에 맞는 직관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요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단계 혹은 다음 단계로 진전하는 것이 좋은 강사의 자질이다. 이것은 특히 개인 레슨에서 더 두드러진다. 개인 레슨을 잘하는 요가 강사가 좋은 요가 강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요가는 개인 레슨으로 이루어져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없다.
사람들은 요가 아사나를 하면서 경험과 자신감을 얻으며 힘을 얻는다. 이것은 비단 매트 위에서 뿐 아니라 삶 속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요가 아사나를 하면서 삶의 긴장도 함께 내려놓고 활력을 찾는다. 혹은 정신적, 의식적 장벽을 뛰어넘기도 한다. 요가 강사는 수련 속에서의 경험을 도와야 한다. 아사나를 하면서 좌절하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학생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강사는 학생보다 먼저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것은 그 어떤 것 보다 좋은 수업의 훌륭한 자본이 된다.
사람들이 매일 듣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소음이다. 기운 없는 동료의 목소리, 짜증 섞인 상사의 목소리, 화가 난 배우자의 목소리, 자동차 소리, 기계 소리 등 온갖 소음과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요가 수업에 오는 이유 중 하는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요가 강사의 목소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파동이다. 요가 강사의 음성은 학생의 이완과 에너지 조절을 돕는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목소리는 중요하지 않다. 저음이든 고음이든 침착하고 명확하며 부드러운 음성을 통해 수련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가끔 보면 요가 수업에서 어떤 배경 음악을 쓸지 매우 신경 쓰는 강사들이 있다. 물론 좋은 음악은 수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음악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 좋은 요가 수업은 도구로 채울 수 없다.
좋은 요가 강사라면 침묵할 줄도 안다. 실상 요가 수업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업은 소리나 티칭이 아닌 영적인 영감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침묵의 시간은 때로는 어떤 말보다도 강한 효과가 있다. 때때로 요가 강사의 큐잉(queuing)은 오히려 수련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요가 강사의 역할은 아사나를 완성하도록 바른 정렬을 지도하는 것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돕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느끼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요가는 피트니스가 아니다. 햄스트링을 늘리세요. 허벅지에 힘을 주세요. 계속되는 큐잉들은 학생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뺏는다. 좋은 요가 강사는 침묵 속 호흡으로만 이끌어나가도 완벽한 수업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요가 강사의 핵심이다. 에너지라고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환경이 주는 에너지, 색깔이 주는 에너지, 향기가 주는 에너지, 소리가 주는 에너지 등 그중 우리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다. 만났을 때 기분 좋은 사람, 긍정적인 사람, 기운을 뺏는 것이 아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따르게 된다. 좋은 요가 강사란 고난도 아사나를 완벽하고 멋있게 취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수련하면서 얻은 좋은 에너지와 열정을 나누는 사람이다. 강사의 에너지는 요가 교육의 주요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가 강사는 집중, 평온, 중심, 열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빠지면 전문 지식이나 기술적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수업이 풍성할 수 없다. 요가 수업에 참여하는 핵생들은 생각보다 이것을 잘 느낀다. 과연 좋은 요가 강사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 진짜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그 답을 알 것이다.
사실 요가 강사는 아사나를 가르치는 것 외에도 많은 책임이 따른다. 대부분의 요가 강사들은 아사나를 잘 가르치고 싶어 한다. 해부학 전문가가 되어서 정확하고 바른 정렬을 지도하고자 하지만 실상 사람들의 몸은 저마다 다르기에 의사가 아닌 이상 '최적화'라는 것은 매우 힘들다. 완벽한 아사나에 초첨을 맞추기보다 영혼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 호흡의 힘을 가르쳐야 한다. 호흡은 부상을 예방하는 최고의 안전장치며 스스로 몸의 정렬을 맞추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호흡 수련이 없는 요가 수업은 그냥 피트니스 운동에 불과하다. 이것을 아는 요가 강사라면 몸과 마음, 정신적 작용에 대한 균형을 맞춘 수업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기술은 발견을 돕는 기술이다.
mark van doren
누군가를 지도하고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좋은 요가 강사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 요가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을 주제로 한 대화가 요가 강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상업화로 인해 망가진 요가계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완벽한 요가 강사가 아니라 좋은 요가 강사가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