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울릉도, 독도 여행기(2020.11)-2편

by 일필
2020년 11월 15일 일요일

여행 3일 차. 마지막 날.

마지막 날 도동항에서



오전 6시. 숙소

신기하게도 나는 여행만 가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땐 굉장히 부지런한 인간처럼 보이겠지만 난 그저... 잠자리를 가리는 사람일 뿐.


평소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인데, 여행지만 가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퇴실시간이 아침 9시였기 때문에 최소한 6시 40분에는 숙소에서 나와 짐 보관소(패키지 투어 전용)에 짐을 보관하고 7시까지 예약된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어야 했다.


우리의 2박 3일 식단(아침, 점심)을 책임져 주셨던 식당 사장님께 죄송했던 것은 뱃멀미 때문에 밥을 조금밖에 먹지 못했는데 맛이 없어 그랬던 것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쾌적한 항해를 위해)


오늘 일정은 오전에 개별적으로 자유여행을 하고 점심에 다시 모여 밥을 먹고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는 것이었다. 자유 여행지로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도동항에서 우리를 안내해 주셨던 가이드 선생님께서 '관음도'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으셔서 그곳을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박 3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만난 가이드 분이 총세분이었는데,

1. 사동항에서 우리 다섯 명을 도동항으로 이동시켜주신 분

2. 도동항에서 NPC처럼 계시며 우리 일정의 전반을 알려주셨던 분

3. 도동항에서 대형 관광버스에 우리를 태워 울릉도를 여행시켜주셨던 분


원래 모든 패키지가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여행사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일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두 번째 만난 가이드 선생님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말 그대로 프로듀서처럼 우리에게 '몇 시에 어디로 가고 몇 시까지 어디로 집합해라.' 란 식의 코칭을 해주었기 때문에 지내는 동안에 그 분과 제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분의 첫인상은 굉장했다.

성격이 엄청 급하셔서 벌어졌던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것은 당사자분들이 별로 개의치 않아하셨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을 하자면 나는 울릉도가 처음이라 지리를 잘 몰라 가이드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버럭 하시면서 뭐라 뭐라 대꾸하시는 것이었다. 분명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것 같은데 도통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질문해서 죄송합니다.'라는 표정을 짓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렸다.


물론 그분은 전형적인 츤. 데. 레. 였다. 츤. 츤.


그 이후로 그분께 질문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는데, 잠시 뒤 나에게 다가와 버럭 하시면서 아까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다. 나를 위해 누군가에게 물어물어 답을 알아오셨던 것.

아, 전형적인 츤데레이시구나.


그 후로 그분 뒤만 쫄래쫄래 쫓아다녔다.




아. 무. 튼. 로컬 추천 관광지는 꼭 가보아야 하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에 추천해주신 관음도를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츤데레 선생님께서는 역시나 버럭 하시면서 버스 정류장을 알려주셨고, 지금 가면 관음도 까지 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으며 그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은 훨씬 넘기 때문에 기사님께 내리기 전에 다음 버스 시간에 대해 물어보고 내리라고 화를... 아니 조언을 해주셨다.


(츤츤. 딱히 네가 좋아서 알려주는 건 아니라규.)



흔한 울릉도 버스 뷰, 멀리 보이는 죽도


바다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이런 뷰를 보며 출근을 하겠지? (매일 보면 별 감흥이 없다고 하기는 하더라.)



버스를 타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관음도는 본래 섬이지만 다리를 놓게 되면서 관광객이 섬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 로컬 추천은 가봐야 하는 것이 국룰.

버스에서 내리자 보이는 관음도. 멀리 보였지만 그 자태에 입이 떡 벌어지고야 말았다.


관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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