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훈남 킬러입니다.

개조카와 함께하는 엉망진창 일상

by 일필



개조카 김믕은 훈남 킬러다.




요즘엔 다들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훈남을 알아볼 수가 없어 덜하지만, 코시국 이전만 하더라도 믕이는 기가 막히게 훈남만 골라서 아는 척을 했다.




지도 남자면서




보통 강아지들은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에게 가서 꼬리를 치지만 김믕은 까다로운 성격답게 굳이 예쁨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기가 예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예쁘다고 해주겠지.





냉혈한 같은 이모에게는 통하지 않는 기술이다.



이것도 말티즈 특성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자기가 예쁘다는 걸 너무 잘 알아(개바개. 개마다 다를 수 있음) 그것을 적절히 잘 이용한다. 가끔 보면 강아지가 너무 영악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러한 영악함을 다 용서할 만큼 귀엽기 때문에 어화둥둥하며 떠받들게 되는 것 같다.



강아지 지능 순위를 보면 생각보다 말티즈의 순위가 높지가 않은데,

그 이유가 말티즈의 지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고, 말티즈가 워낙 고집이 세서 명령을 듣고 수행하는 부분에서 점수가 낮아 다른 견종에 비해 순위가 낮은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극공감한 말티즈 견주.

명령을 듣는다 -> 이해한다. -> 하지만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


왜냐?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쟤가 시키는 거니까.






말티즈는 똑똑하다. 너무 똑똑해서 말을 안 들어도 주인이 자기한테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모! 쉬야 좀 지린 게 그렇게 죽을죄야?




강아지계의 고양이 같은 느낌.

보통의 고양이들이 도도하고 치고 빠지는(?) 매력을 뽐내는데 김믕도 고양이처럼 사람이 먼저 다가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김믕이 훈남만 골라 아는 척을 한 덕분에, 낯선 사람과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나도 훈남과 한 번씩 대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






정말 고맙다.

정말.












처음에는 믕이에게 이런 훈남 킬러 본능이 있는지 잘 몰랐는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 믕이가 먼저 가서 꼬리 치고 아는 척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유난히 훤칠하고 잘생겼다는 거였다.




아까 그 사람도 훈남? 지난번에 그 사람도 훈남? 이시키 혹시...?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믕이를 안고 어딘가를 가고 있었는데, 믕이가 내 어깨에 자기의 턱을 올리고 뒤에 오는 무언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어떤 시선이 느껴져서 '뭐야. 뒤에 뭐가 있길래.' 하고 돌아보니









잘생긴 이제훈 닮은 훈남이 믕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입틀막.




너무 잘 생겨서 나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구, 우리 믕이. 잘생긴 형아 보고 있었어~?"



너... 이시키... 네가 밥 값을 하는구나.






잘생긴 형아. 우리 저기 가서 같이 개껌 뜯지 않으래여?









이런 훈남이 내 뒤에 있었다니.

너 이새키. 사랑한다.











이렇듯, 말티즈는 지능이 꽤 높은 편이다.





공항엔 마약 탐지견.

자연재해엔 인명 구조견.

우리 집엔 훈남 킬러견.








이러한 사실을 알고부터는 훈남이 보일 때마다 은근슬쩍 믕이를 보내곤 했다.


내 새끼가 잘하는 것을 특화시켜주는 것은 보호자 된 도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엔 비대면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아쉽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