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인근에 위치한 카페 '케렌시아'는 바다를 전망하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난처나 안식처를 의미합니다. 투우사와 마지막 결투를 앞두고 소가 잠시 머무르며 쉬던 곳으로, 현대인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휴식처를 의미합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찾아간 곳에서 카페 '케렌시아'를 만났습니다. 건너편에 길게 누운 안면도가 편안해 보였습니다.
카페 정원에 놓여진 사람 얼굴 모양의 철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감하게 생략되고 윤곽선만 남은 여인의 모습입니다. 지그시 감은 눈과 다물어진 입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목격했을 그에게 증언을 듣고 싶었지만 대답대신 미소없는 미소만 보냅니다.
인생은 관조(觀照)의 순간에 가장 빛난다고 말해 줍니다. 정면을 응시하지 않은 그녀의 시선은 이별을 회피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릅니다. 머리위에 걸린 그믐달은 이제 가득 채워질 시간만 남았다고 자기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바라본 바다는 오늘도 말이 없습니다. 떠난 자와 떠나갈 자와 남은 자들이 한 곳만 응시하는 그 곳, 그곳이 바로 우리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