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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매 Oct 29. 2024

길에게 길을 묻다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골짜기를 따라 난 길은 종종 외나무 다리도 건너고 징검다리도 건너고, 산 고개를 넘기도 하였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거의 20리 길이라 집에서 적어도 6시에는 출발하는 여정이었습니다.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저 멀리 학교가 보이면 그 때부터는 한달음에 달려 가곤 하였습니다. 

  그 길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면서 점점 곧게 펴지거나 넓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이야 길이 포장도 되었지만 그 길을 다녀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떼처럼 몰려다니던 그 때의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 타지로 떠났고, 고향 마을은 몇 안되는 노인들만 지키고 있습니다. 무서우리만치 고요한 적막을 깨는 개짖는 소리는 음악처럼 들릴 지경입니다.

  산 속으로 난 길을 따라 학교가던 추억은 묻혀버렸습니다. 바람이 불 때 마다 낙엽이 웅성대고, 길 양 옆 경사면에는 흙들이 시위하듯 흘러내려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내 남은 인생도 동맥경화 걸린 듯 좁아지는 중입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언젠가 흔적만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흔적이 남을까요?

  이제 우리는,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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