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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나 Sep 20. 2024

문없는 문을 찾아서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마라톤 선수 같습니다. 달리는 중간 중간 고비도 찾아오고, 식수대를 놓치면 다음 식수대까지는 목이 타는 갈증을 견뎌내야 합니다. 고비를 여러 번 넘기다 보면 경험이 쌓여 연륜이 됩니다. 연륜의 깊이와 넓이가 그 사람의 지혜가 되고, 그 사람의 인격이 되기도 합니다.

    청계천을 걷다가 화강암 벽에 문고리 모양의 쇠붙이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진 세월을 굳건하게 이겨내던 화강암 암석이지만 해머 드릴의 강력한 회전력에 자신의 몸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물의 흐름에 의해 생긴 물길은 인간의 욕망을 담아 다시 설계되었습니다. 화강암으로 물길을 만들고, 조명과 징검다리는 운치를 더해 줍니다. 그렇게 공사를 해 놓고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자랑합니다.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서울 시민들도 자랑을 들으러 밀려 다닙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화강암 암벽에 박제되어있던 문고리도 풍화되어 버리겠지요. 문고리가 박혀있던 자리에 상채기같은 구멍이 생길거고, 누군가 보기 싫어지면 다시 박거나 마감재로 구멍을 막아버릴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만 자연은 선택되어진 환경 속에서 묵묵히 인내할 뿐입니다. 그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자연의 방식입니다.

  인생을 너무 인위적으로 살아가지 맙시다. 문없는 문에 억지로 문고리를 다는 일은 하지 맙시다. 문없는 문을 찾기 위해 힘쓰지도 맙시다. 문고리가 없어도 문입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문을 열려고도 하지 맙시다. 가장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필요하지도 않을 문고리는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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