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교직에 있을 때 스쿨 가드닝(학교 정원)을 교육과정에 접목시키는 일을 열심히 한 적 있습니다.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이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나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생애주기 맞춤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학교 교육과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과 비닐 하우스 속에서 땀 흘리며 채소를 키우고, 2층 난간에서 늘어뜨린 그물망을 타고 수세미며 박 종류들이 만든 넝쿨들이 그린 커튼이 되어 주었습니다. 대형 수조 화분에서는 수생 식물들이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며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식물이 '물양귀비'였습니다. 양귀비의 뛰어난 미모에 빠진 당 현종이 나랏일을 소홀히 하여 당 제국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고학년들은 알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은 왜 꽃 크기가 작은 것을 심었냐고 투덜댑니다. 중국에서 당나라 황제의 아름다운 부인 이름이 '양귀비'이고, 양귀비처럼 예쁜 꽃이 물에 살아서 '물양귀비'라고 한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 아이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그래봤자 꽃이네요. 사람은 아니잖아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맞습니다. 아이들도 꽃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람 양귀비는 죽었지만 그를 닮은 꽃들은 아직도 지구상에서 그녀의 이름을 앞세우고 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