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물어본다면
나는 로또 1등 같은 허황찬란한 대답 대신 이런 대답을 내밀었다.
" 우리 가족이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던 나였지만 이런 대답을 하게 된것은
우리 가족이 최고로 행복한 가족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휘두르던 아빠, 그런 아빠에게서 벗어나기 바빠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엄마,
생각없이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오빠까지. 우리 가족은 행복한 삶을 살아갈 틈이 없었다.
식탁에 앉아 다같이 아침을 먹을 때에도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음식처럼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 울분이 내 마음을 가득채우곤 했다.
괜히 아빠에게 트집 잡히지 않고 싶은 마음에 항상 반찬을 입에 털어넣고
쫓기듯 학교 갈 준비를 했었다는게 기억에 남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다 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빠가 가업을 물려받으라고 했던 친구도 있었고, 돈은 얼마든지 대줄테니
공무원 시험만 통과하라는 말을 들은 친구도 있었다. 대학 졸업 기념으로 서울에 집을 얻어서
자취를 시켜주는 부모님들도 있었고, 부모님께 집 월세만 받고 생활비는 본인이 알아서 버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가족은 대체 뭐길래 나한테 해준 것도 없으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걸까.
가끔은 나를 비참하게 만든 가족이 원망스럽고 밉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 내가 할 수있는 건 딱 하나 뿐이다.
' 다른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갔을까 ' 천천히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의 세계에 빠지는 것 말이다.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내 분수에 맞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히 최고의 행복을 꿈꿔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어린 나는 평범함을 꿈꿨다. 그게 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
그리고 지금의 나도 똑같은 꿈을 꾼다. 그다지 불행하지도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삶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