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에서 찾아보는 라오스의 문화유산
늘 고민이다. 이번만큼은. 이번에야말로. 장거리 여행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비용과 시간은 물론 같이 동행할 사람까지. 역시나 가까운 일본, 대만, 동남아 등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동남아라고 다 같은 동남아는 아니다. 우리에겐 라오스가 있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우리에겐 덜 친숙한 라오스.
꽤나 방송에도 많이 소개된 나라이지만 쉽게 항공권에 손이 가지 않는다. 오늘은 라오스 여행사 담당자로 근무하며 느낀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라오스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글은 총 3부작이다. 라오스 북부는 크게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으로 여행지가 나뉜다.
비엔티안에선 무얼 할까
라오스의 역사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피로 물들여 있다. 역사 속의 소용돌이에 언제나 피땀 흘리는 것은 민초 일터.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도 이 거대한 물결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 1700년대 태국의 식민지였던 라오스. 이후 라오스는 베트남과 함께 프랑스 식민시절까지 겪는다.
식민지로부터 해방되나 싶었더니 전 세계에 찾아온 것은 '세계 2차 대전'. 이 최악의 역사 속에서 비엔티안은 다시금 일본에게 식민통치를 당한다. 여러 정치적 혼란 속에 결국 라오스의 공산당은 현재의 라오 인민 공화국을 건립한다. 전쟁과 식민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유적지가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엔티안에는 다양한 유적지가 존재한다.
빠뚜사이는 '승리의 문'이라는 뜻의 개선문이다. 실제로 생김새도 프랑스의 파리 개선문과 닮았다. 1969년 사회주의 정부 수립 직전, 과거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는 건축물이 프랑스의 그것과 닮다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과는 별개로 비엔티안 한가운데 있는 빠뚜사이는 분명 위용이 넘친다.
워낙 라오스라는 나라 자체가 큰 건물이 없다 보니 더 돋보일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라오스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 마주하게 될 빠뚜사이. 별도의 입장료는 없지만 빠뚜사이 위로 올라가 보기 위해선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비엔티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건물은 전무하다 보면 되니 한번 체험해 보자.
탓 루앙 혹은 파 탓 루앙이라 불리는 황금사원. 비엔티안에는 이 번쩍번쩍한 황금사원이 있다. 예전에는 실제로 황금으로 도금된 거대한 탑이었으나 약탈을 당했다. 지금은 도금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위적으로 도금을 해 더 빛이나긴 하지만... 실제 금이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높이가 주는 위엄 있는 모습 외에도 탓 루앙은 라오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라오스는 국교가 불교일만큼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이다. 탓 루앙에는 부처님의 가슴뼈가 안치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중요한 장소이며 신성한 사원이다. 라오스 여행 시 라오스 지폐인 "낍(KIP)"을 보면 탓 루앙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탓 루앙 외에도 비엔티안에는 다양한 불교문화 유적지가 남아있다. 호파깨우, 왓 시사켓 등이 그러한 것이다. 특히 왓 시사켓은 비엔티안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 하니 꼭 들려보자. 수많은 형태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에겐 엄청 특별할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불교 자체가 생소한 유럽인들은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호파깨우는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져 있었던 사원이다. 에메랄드 불상. 태국을 가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실제로 호파깨우(에메랄드불상)는 라오스의 유물이었다. 과거 태국의 왕조와 전쟁을 수행할 당시 약탈당한 것. 진짜 에메랄드 불상은 방콕 왕궁 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가슴 아픈 과거다.
환전, 이것만 기억하세요
라오스 여행 시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이다. 바로 환전. 한국의 시중은행 95% 이상은 아마 라오스 화폐를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라오스에 한국인이 점차 많이 가다 보니 일부 업장에선 한국 원화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환전율이 극히 나쁘다. 가장 좋은 방법은 2중 환전이다.
한국에서 미화 100$짜리 지폐를 바꾼 뒤 라오스에 도착해 이것을 낍(KIP)으로 바꾸는 것이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환율을 가장 좋게 적용받는 방법이다. 또한 라오스는 인플레이션 국가라 환전 시 돈뭉치를 받게 된다. 들고 다니기가 힘드니 100$ 짜리를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환전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같은 100$라 하여도 10달러짜리 10장과 100달러짜리 지폐 1장의 가치는 달라진다. 라오스에서는 100$ 짜리 지폐를 조금 더 비싸게 쳐주기 때문. 보관의 용이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급적 2중 환전을 할 땐 깨끗한 100달러짜리로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