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인 남자와 방어적인 여자의 연애.
잃도록 되어 있는 것을 잃을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났다. 날 수밖에 없었다.
항상 이 슬픔을 염려해 두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눈 앞에 덩그러니 현실로 그려지니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어적인 남자와 방어적인 여자가 만났다.
방어적인 남자는 자기가 상처 받을까 상대방이 주는 만큼의 사랑만 주는 연애를 했고.
방어적인 여자는 자기가 상처 받을까 상대방과의 끝을 먼저 생각하는 연애를 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네게 빠져버렸다.
우린 서로에게 빠져버렸다.
너라는 틀 안에 빠져 그 틀의 크기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모양 그대로 가득가득 나의 모든 것들이 빈 틈 없이 너의 틀에 채워져 갔다.
이게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무언의 확신.
그렇지만, 내가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를 대변할 무언가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사랑에 빠져있었으니까.
합리화를 위해 정당방위의 온갖 경우의 수를 갖다 붙여 보지만, 그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은 이미 변할 수 없는 만연한 사실.
이 둘 의 연애는 결국 끝났다.
여자는 남자가 변했다 생각했다. 사랑을 받는 것만 해왔던 연애에서의 여자는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다.
그 서툼에 남자는 자신 혼자만 여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가 하는 만큼의 표현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그런 남자의 행동을 보고 애정이 식었다고 생각한 여잔 바로 이 관계의 끝을 생각해버렸다.
마찬가지로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매일 연락하는 하루 속에서 매 순간 이별을 염두한 채로 하던 연락은, 아주 작은 사소한 말투에도 사랑의 변함이라 단정 짓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을 닫기에 충분했다.
적어진 연락의 빈도수와 달라진 말투에 갖가지 이별의 증세를 붙여 의심하기 시작했다. 날 좋아하지 않나? 이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이는데..
이 둘의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더 이상 풀 수 없어진 이 연애의 실타래는 방어적인 연애를 하던 남자와, 여자 이 둘의 방어가 만들어낸 습작.
사랑, 아픔과 이별.
그렇게 서로는 성장하고 그다음의 연애를 위한 발돋움으로 멀리뛰기를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