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에 깨달은 가을이란,
가을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이다.
자동으로 ‘가을’ 다음에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된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가을은 여름보다 더 뜨거운 정열의 계절이라 생각한다.
여름은 온도가 높고 태양이 뜨겁지만,
가을은 나뭇잎이 붉게 물들며 풍경 전체를 태워버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청량한 가을 하늘은,
어린 시절 운동회를 떠올리게 하며 끝없는 추억 회상에 빠트린다.
한 번 생각에 잠기면, 쉽사리 돌아오기 힘든 그런 계절.
솔직히 말하면, 가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가을이 다가옴을 반기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옷가게이다.
지금 보내고 있는 계절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음 시즌의 옷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직 반팔을 입고 있는데, 긴팔과 가디건이 전시된 것을 볼 때
심장이 쿵 떨어진다.
‘벌써 가을 준비를 한다고? 그럼 이제 곧 추워지겠네..
그러다 겨울이 오면, 올해도 끝나간단 소리잖아..’
이렇게 가을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가을을 그저,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심호흡할 수 있는 시기로만 여겼다.
겨울을 유독 힘들어해서인지.
살갗을 괴롭히는 얼어붙을 듯한 추위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그렇게 늘 겨울을 힘겹게 보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겨울 초입의 가을을 부정했다.
근데, 문득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진 가을은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인데,
왜 항상 무시하고 지나갔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가을을 반기기로 했다.
올해부터라도.
가을의 좋은 점만 찾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럼 어느 순간 가을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 가을을 더 뜨겁게 보낼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지고.
일단 최근에 발견한 가을은,
‘밤’이 참 맛있다.
할머니가 정성껏 따서 숙성시켜서 보내주신 가을 밤.
밤을 먹으니 진짜 가을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밤을 밤에 먹으면 훨씬 더 달다.
밤이 깊어지는 걸 내 손으로 직접 조종하는 느낌이랄까?
밤껍질 하나씩 깔 때마다 시간이 흐르니,
진짜 밤이 깊어지는 것 같다.
스물다섯의 가을은,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계절이다.
내년에는 나의 가을이 더 타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