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따뜻함을 가졌구나.
땅인지, 바다인지, 숲인지.
배경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공간에 서 있었다.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또 한편에서는
새들의 뾰로롱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따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서늘하기도 한
그런 알쏭달쏭한 공기 속에서
나는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커다랗고 하얀 물체가 다가왔다.
안개 속에 뿌옇게 비친 그 존재가 무엇인지 궁금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다.
커다란 하프물범이었다.
북극인지 남극인지,
차가운 바다에만 사는 줄 알았던 녀석이
왜 내 눈앞에 있는 걸까?
귀여운 얼굴로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물범을
나는 망설임 없이 꼭 안아주었다.
부드러운 털과 물컹한 몸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은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것이, 첫 아이의 태몽이었다.
어떤 날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어쩌다 니가 나한테 왔을까,
어떻게 이렇게 이쁜 니가 엄마 아들로 태어났을까.
내 혼잣말 같은 물음에 아이는 답했다.
엄마, 나는 아기때 대머리였죠?
그래서 친구들이 나를 대머리라고 놀렸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왔어요.
아~ 엄마가 대머리라고 놀리는
친구들 혼내달라고?
아뇨, 엄마는 따뜻한 사람이라서요.
꼭 안아달라고 엄마한테 왔어요.
그래, 네 태몽 속에서 만난
그 따뜻하고 몰캉했던 물범처럼,
너는 참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