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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내 이름으로.

작은 성취가 주는 큰 기쁨

by 온오프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선정되어 글을 쓰고,

블로그까지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애들 엄마라는 이름 말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나’로서 할 수 있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비록 서툴더라도, 그 시작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창원 슬세권 플레이리스트라는

공모전을 준비하던 때,

나는 더 많은 곳을 발로 다니며

새로운 장면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다.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면서

그동안 모아온 사진과 영상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몸살까지 겹치고, 아이까지 아프던 날들.

마음은 무거웠고, 걸음은 자꾸만 느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수상을 바라며 시작한 일이 아니었으니,


“그래, 끝까지 한 번 해보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며 버텼다.

인스타그램에 남겨둔 기록들,

노트북 속에 간신히 살아남은 몇 개의 파일을 모아

조금은 불완전하지만 결국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시상식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었고,

작품 소개 시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떨렸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마음속에 자리한 감정은 분명했다.

늘 엄마로서만 살아가던 내가,

이번에는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 해냈다는 사실.

그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가화만사성 공모전에서도

수필 형식의 글로 장려상을 받았다.

두 번의 도전에서 연달아 상을 받게 된 것은

내게 작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마치 할머니가 내게 건네는 작은 선물 같기도 하고,

‘네 이름으로 살아가는 네가 기특하다’고

응원해주시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 상들이 내게 준 기쁨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그 안에는 내 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고,

나 자신을 응원하게 만드는 작은 축제가 있었다.


나는 이제 안다.

‘나로 사는 오늘’이야말로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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