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리움의 계절.

목놓아 불러도 닿지 않을 이름.

by 온오프

오늘따라 선선해진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스며들었다.

한동안 청량하리만치 파랗던 하늘은 금세 자취를 감추고,

마치 가을을 건너뛰고 바로 겨울로 들어선 듯했다.


계절이 변하는 이 순간,

문득 나는 할머니가 너무도 그리워졌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아무리 안고 싶어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오직 내 이름을 불러주던

그 따뜻한 목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


억만금을 준다 한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


꿈이라면 차라리 빨리 깨고 싶고,

꿈이 아니라면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은

잔인한 현실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뻐근하게 저려온다.


눈앞에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가고,

그 끝은 어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그리움에 젖은 아이처럼

할머니의 품을 찾아 헤맨다.


혹시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꺼이꺼이 울어봐도,

그리움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지고, 더 깊어지고,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아이의 생일날, 나는 미역국을 끓이며

단 한번도 생일상을 거른 적 없이 차려주셨던

할머니가 또 생각난다.


고마운줄 몰랐던 그 당연한 밥상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이야.


희미해져가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이렇게 서글퍼지는 날이 올 줄이야.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렇게 또다시 할머니를 부르고,

그 부름은 울음이 되어 내 안에서 끝없이 맴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