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불러도 닿지 않을 이름.
오늘따라 선선해진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스며들었다.
한동안 청량하리만치 파랗던 하늘은 금세 자취를 감추고,
마치 가을을 건너뛰고 바로 겨울로 들어선 듯했다.
계절이 변하는 이 순간,
문득 나는 할머니가 너무도 그리워졌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아무리 안고 싶어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오직 내 이름을 불러주던
그 따뜻한 목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
억만금을 준다 한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
꿈이라면 차라리 빨리 깨고 싶고,
꿈이 아니라면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은
잔인한 현실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뻐근하게 저려온다.
눈앞에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가고,
그 끝은 어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그리움에 젖은 아이처럼
할머니의 품을 찾아 헤맨다.
혹시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꺼이꺼이 울어봐도,
그리움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지고, 더 깊어지고,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아이의 생일날, 나는 미역국을 끓이며
단 한번도 생일상을 거른 적 없이 차려주셨던
할머니가 또 생각난다.
고마운줄 몰랐던 그 당연한 밥상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이야.
희미해져가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이렇게 서글퍼지는 날이 올 줄이야.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렇게 또다시 할머니를 부르고,
그 부름은 울음이 되어 내 안에서 끝없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