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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일에게.

긴 겨울잠을 기다리며 분주한 가을의 끝자락에서.

by 온오프

안녕, 나의 내일.

나는 너에게 무사히 도착했을까?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며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속에서

나는 어떤 때는 너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고,

또 어떤 날은 누구보다 빨리 너를 만나고 싶었어.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조용하고 말없는 너를 오래 바라보곤 했지.


어쩌면 요즘의 나는

너를 너무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몰라.

오늘보다 조금은 덜 흔들리고,

조금은 더 괜찮은 내가 되어 있는 너를 말이야.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어여삐 여겨 줄 수 있는 그런 내일.


사실 나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어.

마음은 쌀쌀했고, 손끝은 자주 시려웠고,

감정이 얼어붙어 나조차 쉽게 녹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지는 순간도 많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올 너만큼은

그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온기이길 바랐어.

내 볼을 스치는 아이의 손길처럼,

“엄마, 사랑해요.” 하고 속삭여주는 그 목소리처럼

순식간에 겨울을 밀어내는 그런 온기 말이야.


가을의 끝자락을 지나는 요즘,

나는 자꾸만 지나온 계절들을 돌아보게 돼.

차가운 바람이 불면

그 속에 스며 있던 아픈 기억들이 함께 떠오르고,

한 줌의 햇살은 또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구.

어느 날은 희미해졌다고 믿었던 오래된 기억들이

불쑥 스쳐 지나가기도 해.

마치 어제가 되어버린 너를 바라볼 때

내 안에 조용히 후회가 차오르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더해져

괴롭던 순간이 다시 아려오기도 하지.

그러면서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빛과 그림자가 함께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돼.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작은 희망 하나가 자라나더라.

완전히 얼어붙지 않는 마음 한 조각,

아무리 길고 추운 겨울이어도

어딘가에는 봄을 기다리는 연약한 싹이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마 나는, 언젠가 내게도 봄이 찾아올 거라는

소박한 믿음 하나로 버텨왔던 것 같아.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는 것처럼

지친 오늘도 결국 언젠가는 지나갈 거라고 믿으면서.

그 막연한 믿음이

내 어두운 시간을 조금은 덜 무겁게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해.


그래서일까.

오늘이 저물어가는 이 시간,

나는 문득 멈춰 서서 너에게 조용히 묻곤 해.

너는 나에게

더 다정한 날이 되어줄까?

아니면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줄까?

사실 어떤 모습으로 오더라도 괜찮아.

삶이 늘 선물처럼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그저 내가 오늘보다 평온한 얼굴로

너를 맞이할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으로

하루를 천천히 정리하고 있어.

불안과 희망이 섞인 마음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오늘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으며,

너의 안녕을 기다리고 있어.

내가 보낸 하루보다

조금 더 나은 너이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런 너에게 내가

무사히 닿기를 바라며.


어서와, 나의 내일.

오늘의 끝에서 너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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