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원이 한날한시에 권고사직을 당했다.
어느 날 회사가 망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대표와 이사가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나를 불렀다. 그저 평범한 목요일 있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노트와 펜을 들고 갔고 '또 어떤 업무를 주려고 하시는 걸까'하며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
"죄송하지만...."으로 나지막이 시작된 한마디.
"죄송하지만,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TF팀을 꾸렸던 게 불과 월요일이었다. 직원들이 자진해서 회사를 일으켜보자며 다짐하던 것이 불과 3일 전이었다. 목요일 오후 네시 반에 나지막이 부르시며 하신다는 이야기가 '회사가 망했어요'라니. 나는 머릿속이 그저 하얘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대표에게 물었다.
"그럼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나요?"
대표는 말했다.
"오늘까지요. 오늘까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오늘까지요? 지금이 목요일 오후 4시 30분인데, 오늘 까지란 말씀이시죠?"
대표는 다시 말했다.
"오전에는 직원들 일하던 게 흐트러질까 봐, 오후에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뭔 개똥 같은 소리지...?'
분명 오늘 오전까지 광고 담당자와 전화하며 열일을 하던 나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직원들에게는 대표님이 직접 말씀해주세요. 저는 직원들한테 전달 못합니다."
대표님은 모두를 불러달라 했고, 사무직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 토씨 하나 안 틀리며 '권고사직'에 대하여 말했다. 모두들 나와 같이 어안이 벙벙했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권고 사직서'를 들고 오셨다.
"여기에 놓인 권고 사직서를 잘 읽어보시고 모두 작성해주세요. 그리고 책상 위에 놓고 정리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대표가 말했다.
'어느 회사의 퇴사와 전 직원의 권고사직이 이렇게 1시간 30분 만에 졸속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었던가?'
자리를 비킨 대표는 나에게 개인 카톡으로 '직원들이 당황했을 것 같으니, 잘 위로해주고 정리해주길 바란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남은 PC의 자료를 백업하기에 바빴고, 짐을 싸면서도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되는 상황. 정말 꿈같이 믿기지 않는 목요일 오후였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별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직장동료에서 퇴사자 OB 멤버가 되었다.
그렇게 회사의 전 직원은 권고사직을 당했다.
한날한시에 우리는 모두 직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