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없어지니 나를 설명하는 무언가가 사라졌다.
회사를 잃고,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갑자기 직업이 없어지니 나는 스스로를 설명할 수가 없다.
나를 설명해주었던 타이틀 하나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 타이틀이 세상 엄청나게 대단하고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타인을 설명할 때 '어디다 니는~ 누구'라고 설명하던 나의 습관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회사가 꼭 그 사람을 설명해주는 것처럼 당연시되는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큰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그냥 그저 그런 타이틀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치부되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들의 꿈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이었고, 최근에는 '공무원'이 되는 것 등 '직업'으로만 편협하게 꿈을 규정지으며 살아왔음에 후회하는 중이다. 직장을 잃으니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명제를 쉽게 설명할 수가 없다. 이것이 직장을 잃은 나로서는 살아가는 게 너무 퍽퍽하게 느껴질 뿐이다.
얼마 전, 친구의 회사 임원이 새로운 회사에 이직을 하자마자 업무 스타일이 회사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10년 이상을 회사를 다녀도 우리는 영영 인생의 안정기에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늘 회사라는 태풍 속에서 전전긍긍하면서 '나'라는 존재의 색은 점점 옅어져 간다. 결국 '회사'라는 타이틀이 없이는 스스로를 설명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의 나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보려고 한다.
세상의 안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조금만 안정망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낙오자가 되는 세상의 틀 속에서 나와, 그저 '나 다운 도전'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직업이 나를 설명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내가 주도적으로 '내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로의 전환을 시도하려고 한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2019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