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씻기다] 따뜻한 빗방울 하나가 당신에게도 닿기를

오늘은 마음을 물에 담궈둡니다

by 온류

퇴근길, 비가 내렸다.

우산은 썼지만

신발은 젖고 바짓단은 축축하게 물기를 머금었다.

어깨엔 비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평소와 달리 어쩐지 기분이 괜찮았다.
찝찝한 대신

상쾌하고 개운했다.


오늘 하루 나를 짓누르던 감정들이
빗물에 하나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촉촉한 공기 사이를 걷는 기분.


머릿속은 서서히 정리되고
복잡했던 마음엔 말없이 여백이 생겼다.


아무 말 없이 스며드는 빗방울이
무심한 듯 나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비에 젖은 풍경은 오히려 반짝였고
내 걸음도 어느새 가벼워졌다.


바쁜 하루를 버티고 나온 나를
비가 살금살금 닦아주는 저녁.


조용히 스며드는

따뜻한 빗방울 하나가

당신에게도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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