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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랑 Jan 13. 2024

Prologue

ft. 영국에서 엄마로써 초등학교 보조교사가 되기까지.

2024년 1월


영국으로 건너온 지 벌써 17년 차가 되었다. 모든 이들에게 그렇듯이 나의 17년은 마치 영화 필름의 장면 장면들처럼 쉼 없이 흘렀고, 해맑고 자신감이 넘쳐 무서울 게 없었으며 세상 제일 잘난 줄 알았던 나의 청춘은 영국에서 아등바등 살아 나아가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영국에서의 삶은 도전이었지만 무난했고 힘들었지만 정신승리였다.  인종차별을 특별히 경험해보지도 못했지만 (했다 한들 인종차별인지 인식을 못한 것 일 수도 있다) 언어차이에서 스스로 이방인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몸소 체험하는 삶이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 제1세대 한국인들에겐 당연하지 않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몇 번을 고민해야 하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생겼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라기 보단, 살아온 환경에서 오는 미묘한 고충이라 해야겠다. 특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에겐 엄마들 사이의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고 (mbti- I ) 성향의 엄마들에겐 특히나 그 장벽은 무너지지 않는 높은 탑 같았을 것이다.  주변 엄마들 중엔, 엄마로서 살면서 그에 맞서며 어떻게든 영국 society에 들어가려는 엄마들도 있지만 그런 노력 중에 어느덧 조금은 무뎌지고 계속되는 긴장감이 버거워 안으로 숨게 되는 엄마들도 있었다. 혹은 그런 긴장감을 한국인들만의 모임으로 풀어가며 해소하고 한번 더 힘을 내어 나아가는 엄마들도 있다.


 한국에 살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언어가 주는 힘에는 단순한 대화의 수단을 넘어 정서가 있고, 문화의 차이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런 모든 과정안에 나 역시 포함되어 있었고 외향적인 나의 성격은 내향적인 성향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영국의 society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고 중요한 Primary School (초등학교)에서 *Teaching Assistant ( TA - 보조교사 ) 로서 일하고 있다. 나의 원래 성격이라면 몇 년이 걸리든 teaching deploma(4년제 대학과정)를 취득 후 선생님이 되어 반을 통솔하고자 하는 욕심과 야망이 있었겠지만, 영국 생활 중 경험한 몇 번의 좌절 끝에 내려진 결론은 가고자 하는 길이 반드시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언젠가는 실현은 가능했겠지만, 나에게 육아/양육의 책임감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선순위가 훨씬 높았기에 나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굉장한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나의 체력 안에 가정을 돌볼 수 있는 현실적인 직업으로 보조교사의 일은 나에게 완벽하였다.  


Doable!

 나는 엄마이기전에, 뭐든 열심히 하면 이루었던 경험들로 자존감이 높은 여자였고 고액 연봉을 받으며 전문지식을 뽐내며 멋진 career를 꿈꿨던 야망이 있던 여자였으며 이것저것 잔재주가 다양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열정적인 여자였다. 아직 포기하지 못한 나의 소소한 꿈들을 취미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나를 잊지 않기 위한 본능에는 충실하지만... 

배운적은 없지만 페인팅도 하고 엽서 꾸미기등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한다.


나는 아직 어린 나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이기를 선택했다.

  

나는 책임감은 강하지만 운동 따윈(?) 하지 않는 저질체력의 소유자이기에 직업의 대한 의무감은 가지되 물리적, 시간적으로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결정하기 까지 여러 경험과 좌절을 맛보았다. 그 경험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만 37세에 시작하여) 6년 차 보조교사가 되기까지의 필요한 과정 (Way Maker)이 되어주었다. 나는 이제, *TA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영국에서 *TA가 하는 일 및 영국의 초등교육등에 정리하고 나눠보려 한다.


나의 작은 나눔이 영국에 사는 누군가에게 혹은 영국 초등교육이 궁금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TA =Teaching Assistant : 보조교사

*Primary School : 초등학교

*Pre-school :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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