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미신' 그 후...
얼마 전 책을 출간했다. 미신을 소재로 다양한 개인이 겪은 에피소드와 생각을 담은 공동 에세이집이었다.
제목은 "어쩌다 미신". 그 책에서 나는 '크리스천이 명리를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내가 생각하는 명리학에 대해서 썼다.
함께 글을 쓴 작가님들은 일부 나를 걱정하기도 했다. 크리스천들에게 악플 달리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상관없었다. 난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논리에 당당했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혹 사주명리에 대해 반대입장을 가진 크리스천들과 굳이 논쟁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럴 깡도 없어서, 책 출판에 대한 소식을 교회 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초등6학년인 딸은 엄마의 책을 신기해했다. 그 안에 나오는 자신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 자세히 묻고 눈물짓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교회 전도사님께 가서 기독교인이 사주를 봐도 되는건지 여쭤봤는데, 전도사님께서는 "사주는 귀신에게 점을 보는 것이니 절대 하면 안되는 나쁜 짓"이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아이는 엄마가 나쁜 짓을 한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굳이 주일학교에서 신앙생활 잘 하고 잘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와 전도사님은 생각이 다른거야. 네가 마음 편한 쪽으로 생각해. 지금은 전도사님이 말씀하신게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혹시 아주아주 나중에, 00이가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엄마가 그때 다시 말해줄께" 라고 했다.
아이는, "싫어! 안 들을거야!" 하고 귀를 닫아버렸다. 아마 그 순간 엄마를 신내림 받은 무당쯤으로 느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몇 시간 뒤, 잠자리에 누워서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우리 모녀는 자기 전에 수다가 많다.)
"00아, 혹시 엄마 책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어? 전도사님 이야기 듣고 엄마가 나쁜 사람 같았어?"
그 말에, 누워 있는 아이의 눈에 굵은 눈물이 몽글몽글 맺혔다.
"엄마는, 전도사님 말대로 '앞날을 점치려고' 사주를 본게 아니야. 엄마 책에도 나와 있잖아. 사주는 앞날을 점치려고 보는 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고 보는 거라고. 그래서 엄마 책에 그 대학교에서 명리학 가르치신 목사님도..."
"목사님? 목사님이 나왔어?"
내 책에서는 이화여대 동양철학과 교수셨던 '김흥호 목사님'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아이는 그 부분을 읽었으면서도 전혀 기억을 못했다. 아이를 보고 괜히 심각하게 생각했던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성 삼위일체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으심, 구원, 부활, 이 모든 것을 믿는다. 그리고 보수적인 장로교 합동측 교단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주일학교에서도 전도사님 및 선생님들이 참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을 사랑하신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며 신앙상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명리학이 왜 미신취급을 받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기독교인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MBTI나 혈액형 이야기는 재미삼아 잘 인용하면서, 왜 명리학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점 치는 행위'로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보수적인 교육이 아이들을 악한 것들로부터 지켜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맹목적인 신앙이 배타적인 태도를 만들 수도 있다.
교회에서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만,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나와 다른 가치에 대해서도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로 살길, 나와 다른 문화와 세대와 철학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길, 다양한 생각과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그 속에서 자신의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경험을 갖기를 소망한다.
엄마의 책이 나왔음에도 교회에 가져가서 마음껏 자랑하지 못하는 현실이 미안했다.
엄마의 다른 책이 또 있으나 (성극모음집 '복음의 여정 삶의 무대') 표지 디자인이 너무 어둡다는 딸의 평을 듣고 디자인을 수정해서 재출간할 생각인데... 바빠서 뒷전이 되어 버렸다.
빨리 또 다른 주제의 세 번째 책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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