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안과를 갔다. 녹내장 검사를 위해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찌나 피로하던지 검사하다 눈이 더 나빠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공을 키우기 위해 안약을 넣었더니 시야가 금새 뿌옇게 흐려졌다.
순간 내가 아는 시각장애인 한분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와 어렵게 얻은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라는 사실이다. 작년 이맘때 나는 그분에게 자반고등어 한박스를 보낸 적이 있다. 어린 딸과 함께 식사를 하노라면 아빠가 가시를 발라 딸에게 먹이는 장면이 나는 항상 떠오른다.
어느 날 가시가 별로 없고 맛있는 자반고등어를 먹다가 갑자기 그분이 생각나서 난생처음 생선 선물을 모르는 그분의 주소로 보내게 되었다. 그분의 아내는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한창 몸으로 놀아주어야 할 아빠가 앞이 안 보이니 어린 딸이 안타까울 부모 생각이 나서 맛난 케이크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분 생각이 다시 났다. 내 시야가 뿌옇게 된 그 순간, 그 병원에서...
물체가 초점 없이 형태만 보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눈을 비벼도 초점 없이 흐리 멍텅 해진 내 눈은 의사가 반나절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