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이 ‘천우신조‘를 만났을 때

나만 안 풀리는 인생과 얄미운 행운아의 평행선

by 온 세상이 내 편


‘머피의 법칙‘이 ‘천우신조‘를 만났을 때

그 시절 나는 별명이 '머피의 법칙'이었다. 뭘 해도 내가 되면 풀리질 않았다.


반대로 내 친구의 별명은 '천우신조'였다. 뭘 해도 그 애가 하면 신기하게도 다 이기고 다 풀라고 안 되는 것들은 용케 피해 갔다. -늘 기막히게 운이 따라다니는 애였다. 내가 우산을 안 가져가면 꼭 비가 오고, 비가 예보된 날도 걔가 우산이 없으면 비가 안 오는 그런 일은 뭐 허다한 에피소드였을 뿐 아니라 근면, 성실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인가 수학 숙제가 산더미처럼 나왔던 날이 있었다. 30문제 다 주관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심지어 쉽지도 않은 데다, 뭐 참고서에 나온 문제가 아니어서 정말 나는 거의 밤새워서 풀어갔다. (우리 때는 숙제를 안 해간다는 건 흔하지 않았다. 체벌이 극인 시절에 학교를 다녔으니까)

30문제 중 딱 7번 문제 하나만 못 풀었고 다 해갔다.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가니, 친구들도 난리였다. 못 푼 문제도 허다하고 숙제를 아예 손대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서로 베끼고 난리가 났는데 내가 못 푼 7번 문제를 푼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빈 채로 두었다.


그런데... 역시나 깡 좋은 천우신조는 하나도 안 풀고, 달랑 1번 문제만 풀어왔다. 1번 풀고는 잠들었다는 거다. 게다가 베기지도 않고 웃으면서 "뭐, 괜찮아. 걸리면 그냥 한 대 맞지 뭐,”하면서 여유까지 부렸다.


드디어 수학시간, 선생님이 마구잡이로 학생들을 지목하더니, 앞으로 나와서 칠판에다 쓰면서 풀라고 하셨는데, 난, 하필 다 풀어간 스물아홉 문제는 제쳐두고,


“너, 7번 풀어봐.” 하셨다.(내 그럴 줄 알았었다.) 못 풀었다고 했더니, 100을 30으로 나누면 얼마나 물으시길래 3.33333…이라고 대답했더니 3.33333대 맞으라면서 손바닥 3대를 맞았다.(반에서 유일하게 젤 완벽하게 다 풀어가고도 맞았던 사람, 바로 '나'다). 반면, 천우신조는 달랑 1번 하나 풀었는데 선생님이


“넌,... 음... 넌 1번 풀어봐.” 하시자, 천우신조는 "앗싸 ~"를 외치며 칠판 앞으로 나갔다.


아!… 그렇게 난 늘 머피였고, 걔는 늘 천우신조였던 것이다.


천우신조 vs 머피의 법칙

어느 날 우리는 내기를 했다.

“네 행운이 더 센지, 내 불운이 더 센지 보자.” 고.

뭘 해도 같이 하기로 했다. 안 하면 같이 안 하고, 하면 같이 하고.

즉, 같이 해서 같이 불운을 피하거나, 안 해도 같이 안 해서 같이 벌을 받거나 뭐 그렇게 해 보자고. 그리고 첫 테스트 피구경기.


피구경기

‘천우신조’, 그 애는 피구를 잘했다. 반면 나는 날아오는 공을 아주 무서워했다. 선 안에 다른 사람을 향해 공을 날리는 것도 맘이 약해 잘 못했다. 그래서 반드시 천우신조와 같은 팀에 있어먄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기로 했다.


운동회 날이었다.

천우신조랑 같은 팀 되려고 심지어 손까지 잡고 나란히 섰는데, 선생님이 일렬로 세우시더니 차례로 번호를 붙이셨다. 천우신조 19번, 나 20번.


“홀수팀, 짝수팀 나눠라.”하신다.

나란히 옆으로 섰던 천우신조와 나는 또 각각 19번, 20번이 되어 적으로 대면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걔는 선 안을 날면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나는 걔 편의 공을 맞고 아웃되었다.


교복 검사

나는 교복 부활 첫 세대다.

중학교 때까지 사복을 입고 다니다가 고등학교 올라가서 교복을 입은 첫 해는 다들 엉망이었다. 재킷 안에 흰 블라우스 대신 색상 있는 티셔츠 입는 친구들도 허다했고, 시험기간 등 수업이 없는 날은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친구도 허다했지만, 나는 ‘머피의 법칙’이었기에 모험은 거의 피했다.

늘 흰 블라우스에 재킷, 체크무늬 교복 치마를 꼭 챙겨 입고 다녔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 마지막 날,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우리는 친구들과 같이 분식집에서 점심 사 먹고 자전거 타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물론 천우신조도 같이.

그 전날 다 같이 “내일 청바지 입고 오는 거다” 하고 약속했었다.

막상 마지막 시험 당일 날, 나는 청바지를 싸 가야 하나, 그냥 입고 갈까 망설이다가,

‘에이, 모르겠다. 천우신조도 청바지 입고 온다 했으니 뭐… 설마… 내일 교복검사 안 하겠지’하고 난생처음으로 사복 입고 학교 갔다.

아침에 정문에서 검사도 없었고, ‘역시, 천우신조, 걔가 하면 괜찮다니까… 앗싸’ 하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고, 가방 챙기는데, 천우신조가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천우신조가 화장실에 가자마자 갑자기 교무주임이랑 선도부원들이 우르르 교실로 들이닥치더니


“너! 너! 너! 전부 나와!” 하면서 교복 안 입은 사람들을 모두 색출해서는 운동장으로 끌고 갔다. 하필, 눈에 유난히 잘 띄는 샛노란 남방을 입은 나를 선두로 끌려나간 십여 명이 줄줄이 섰다.


“이 자식들,… 교복도 안 입고 이거 뭐, 학생이야 뭐야!…”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더니


“전부 일렬로 오리걸음, 운동장 10바퀴 돈다” (악!!!)


떡볶이고, 자전거고, 나발이고 나 그날 운동장 오리걸음으로 돌고(물론 10바퀴까진 돌지도 못하고 중간에 멈췄음에도) 일주일 동안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


화장실에 가 있어 무사히 색출을 피해 간 천우신조를 빼고 거의 1주일을 제대로 못 걸어 다닌 내 친구들과 나는 확실히 알았다.

머피( ‘Murphy)는 머피대로, 천우(天佑)는 천우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머피가 천우를 만나도 천우의 덕을 볼 수 없고, 천우가 머피를 만난다고 반운이 되진 않는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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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천우신조 vs 머피의 법칙】


나는 끝내 머피였고, 걔는 끝내 천우였다.

옆에 붙어 있어도 섞이지 않았다.

불운은 불운대로, 행운은 행운대로 각자에게 밀려왔다.

그걸 한참 동안 나는 ‘운의 낙인’이라고 불렀다

왜 내게만 그런 일이 몰리는 걸까,

그게 내 속을 자주 긁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행운이라고 불렀던 것도, 불운이라고 불렀던 것도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렇게 견고한 실체가 아니었다.

그날의 당혹과 그날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치환되고, 부서지고, 다시 쌓여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결국 ‘행운’도 ‘불운’도 고정된 족쇄가 아니라,

그저 그날 그 순간을 부르는 이름일 뿐이었다.


나는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빨간색은 빨간색대로 행복한 인생이고,

파란색은 파란색대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그리고 그 두 가지 색이 만나 보라색이 될 때,

보라색은 또 보라색대로 그 안에서만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특별히 나쁜 인생도, 특별히 좋은 인생도 없다.

각자 다른 얼굴, 다른 색깔로 살아가지만

어울릴 때는 또 어울릴 때대로 새로운 빛을 내고,

그 안에는 잔잔한 행복이 깃든다.


'머피의 법칙'도 '천우신조'도 결국 길게 보면 둘 다 불행하지 않았고, 둘 다 늘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인생이란 그런 것.

머피는 머피대로, 천우는 천우대로 —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경쾌한 음악 같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From Zürich �~




오늘의 음악 : Happy Life(행복한 인생)

by ‘온 세상이 내 편’

엄밀히 말하면 내가 처음부터 완전히 ‘창작’한 건 아니다. 어느 영화에서였는지, 어느 장면에서였는지 배경으로 쓰인,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맬로디인데, 거의 10년을 찾아봐도 그 원곡 출처를 못 찾았다

몇 해 전 한국 가요에서 리메이크해 전주로 흘러나오는 걸 듣고, 리메이크한 작곡가에게 전화라도 해서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내 방식대로 다시 빚어냈다. 내 색깔을 덧입혀서, 내 호흡으로 다시 불어넣은 곡.


'도'는 '도'대로, '라'는 '라'대로 각자의 음으로 살아간다. 때로는 따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서로 부딪히고 섞이면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모습이 꼭 우리의 인생 같다. 결국 머피의 법칙도, 천우신조도 모두 함께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행복한 인생을 한 곡의 음악처럼 완성해 간다.

https://youtu.be/NhczGDBSIUY?si=IpO6aTsp_G849W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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