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시를 뽑는 밤
화를 내지 않으려 한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화를 내면 그 화가 다시 나를 괴롭게 하기 때문이다. 해가 가고 사회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그렇다. 화를 내면 도리어 내가 그 화를 소화하지 못해 아프다. 3년 전 보육시설에서 아이가 사고를 당해 관계자에게 크게 화를 내었는데 오히려 내 몸이 상하고 후회로 오랫동안 마음이 괴로웠다.
언제부터인가 소화하지 못할 바에야 그냥 화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차분히 이야기하거나 그냥 속으로 삼키고 만다. 타인에 대한 악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내가 더 손해인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의 가시를 뽑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하나 남긴 가시가 있었는데, 그것은 엄마를 향한 사소한 짜증이었다. 엄마에게 툴툴거리고 못되게 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숨구멍인 양 여겼다. 그러다 참다못한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건방지게 굴지 말라고. 나는 펑펑 울며 말했다. 응석인데 받아달라고. 엄마가 말했다. 싫다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싫으면 안 한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하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내가 남긴 마지막 가시도 깔끔하게 뽑았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며 생각했다. 나는 이제 민둥산이 된 것 같다고. 내가 선인장이라면 남은 가시가 하나도 없어 지나는 동물에게 쏙 뽑아 먹히기 딱 좋을 거라고. 그러면 사막의 목마른 동물한테 도움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하며 내 안의 모든 눈물을 흘리고 생을 마감하겠지.
라고 생각하니 좀 우습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