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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통해 나를] 응원

2020년 3월 / 내가 나를 응원하기 어려울 때에

by 온수 onsoo


그림 작가 온수와 교육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물꿈이 함께하는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입니다.


'엄마'와 '아빠'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친구가 만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나눕니다. 멀고 깊은 이야기도, 가깝고 가벼운 이야기도 담습니다.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는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공유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라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뭐라고...’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얼마 전 육아 선배에게 배워 온 ‘나는 없다, 나는 없다.’ 하는 말과 함께.


작게라도 꾸준히 하려던 계획을 내려놓고, 만나던 사람들과 약속을 취소했다. 매일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일별 확진자와 세계 뉴스를 살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건강하고 무사함에 안도하며, 오늘 내가 굴려야 할 돌을 감사히 밀어 올려야지 했다.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놀라는 아이에게 “네가 너무 예뻐서 감동이라서 그래.”라고 말했다. 그 말에 다시 행복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무엇을 더 바랄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뭐라고.’ 하는 말을 되뇌었다.


“반가워, 오늘은 무슨 꿈을 꿨어?”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에게 묻는다.

“좋은 꿈이요.”

“좋은 꿈은 어떤 꿈인데?”

“엄마랑 같이 있는 꿈이요.”


아이를 낳고 나서 바로 알게 된 사실은 사람의 아이는 이렇게나 전적으로 사람의 애정과 손길을 필요로 하며 살아남고 자란다는 것이었다. 창 밖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 생명을 품어 부모가 된 모든 사람들에게서 ‘수고’라는 세상을 이루는 원소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보다 육아와 가사, 일을 전부 해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뒤돌아보면 아이가 온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참 짧다고, 품을 벗어나고 나면 그것도 참 공허하더라고, 돌을 하나씩 쌓을 때 생기는 작은 틈새에서라도 당신이 숨을 트며 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먼저 아이를 키우신 분의 고마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엄마,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꾸고 싶어요?”

잠들기 전, 아이가 물어온다.

“너는 무슨 꿈을 꾸고 싶은데?” 했더니,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불을 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쁜 사람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엄마랑 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다.

그 말이 예뻐 “그래, 너무 좋은 꿈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 다 했으면 좋겠어' 하고 응원을 담아 아이의 등을 쓸어주는데, 또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내 엄마였다면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겠지. 차라리 꿈이 없으면 좋겠다는 나를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를 안아 재우며 속으로 오래 울었다. 그리고 나의 꿈도,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응원받아도 되는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어렴풋이 느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차분히 앉아 '내가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엄마라면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 역할의 무게가 무거워 자신을 보듬기 어려울 때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고 힘이 되어 주고 싶듯이, 나 자신에게도 같은 말을 돌려주면 어떨까. 떠오르는 말을 적어보았다.

-너의 꿈도 소중하고 좋은 것이야. 그것을 이루려 눈을 반짝이는 너를 보는 것이 언제나 좋고, 행복할 거야. 슬프거나 힘들고 어려운 날 속에 있더라도 네가 다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미소 짓기를 바라는 것이 내 마음이야.


-자주 넘어지는 너를 항상 다시 따듯한 마음으로 일으켜 안아줄 거야. 네 안에 힘이 생길 때까지 응원하고 기다릴 거야.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분명 너에게도 그 좋은 마음이 흘러 돌아올 것이라 말해주고 싶어. 그 마음을 네가 알아볼 수 있게, 닿을 수 있게 문을 열어둔다면 좋겠어.


엄마인 나는 내 아이에게 또 지금의 나에게 사랑을 담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가진 힘이다. 다시 여기에서부터 우리에게 좋은 계획을 만들어 보자고, 다시금 기운을 냈다.






물꿈의 다음 이야기는 7월 4일에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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