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가 온수와 교육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물꿈이 함께하는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입니다.
'엄마'와 '아빠'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친구가 만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나눕니다. 멀고 깊은 이야기도, 가깝고 가벼운 이야기도 담습니다.
[너를 통해 나를] 프로젝트는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공유됩니다.
어느 하루, 레몬이 예쁘다며 들고 다니는 7살 아이의 눈으로 새롭게 레몬을 보게 된다. 그래, 레몬이 정말 예쁘게 생겼지. 노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노랑 중에서도 레몬 옐로를 좋아한다. 레몬 옐로보다 더 예쁜 색이 진짜 레몬의 색이었지. 레몬에서 향이 난나며 킁킁거리는 아이에게, 나는 또다 안다는 듯 “맞아, 레몬에서는 상큼한 향이 나지.” 하며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엄마, 레몬 향수는 레몬에 바람이 있다는 뜻이에요.” 하는 아이의 말에 갑자기 코 끝이 시원해진다.맞아, 레몬향이 그렇게 좋았었지 하고 새삼 다시 레몬향을 맡아본다.
레몬아, 너는 어떻게 레몬향이나?
나는 내 안에서 레몬향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
아이가 그네를 타다가 귀에서 소리가 난다며 무슨 소리인지 묻는다. 그네를 타면 들리는 소리가 무얼까 고민하다 “바람 소리가 아닐까?”하고 말했다. “네가 그네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니까 주변 공기가 많이 만져져서 그런 것 같은데?” 아이는 “그런가 봐요.” 하고 계속 그네를 탄다. 나도 한번 들어보려고 그네를 타보니휭휭 바람 부는 소리, 피부에 닿는 공기를 가르는 느낌에 '우리가 공기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기에 물고기가 물속에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하듯이 물고기도 공기 속에 사는 우리가 신기하겠네.
엄마, 그네가 하늘에 닿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저기 나뭇잎 좀 따올래?
그네가 조금 더 길어야겠어요.
바쁘게 집안일을 한다고 재미있는 일을 하나도 해주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비눗방울을 들고 밤 산책을 나선다. 옆에 조그맣고 신난 아이가 딱 붙어 있으니 우리는 밤거리에 비눗방울을 가득 뿌려놓아도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반짝반짝한 도시 야경에 보글보글 방울들이 건물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예쁘다.’ 하시니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더욱 행복해한다. 엄마도 들었냐고, 처음 보는 할머니가 우리 보고 예쁘다고 말했다고. 잠들기 전에도 또 말하고 또 말할 정도로 그게 좋았나 보다.
비눗방울은 별이 되기를 좋아해요.
비눗방울은 언제나 별이 될 거예요.
엄마, 별들이 우리를 따라와요. 왜 따라오는 거예요? 별들이 너에게 '행복해라, 행복해라.' 말해주려고 따라오는 거야. 엄마한테도요? 응, 맞아. 아빠한테도요? 사람들한테도요? 응, 그런가 봐. 그럼 달은요? 달은 너에게 '건강해라, 건강해라.' 하고 있네. 사람들한테도요? 응. 맞아. 해는요? 해는 너에게 '쑥쑥 자라라, 쑥쑥 자라라.' 하나 봐. 사람들한테도요? 모두 다요? 응, 너는 사람들을 다 좋아하는가봐. 네 맞아요.
7살 너와의 대화가 너무 소중해서 어쩌나. 우리 나중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