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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Jul 14. 2016

나는 오로지 내 행복에 집중하기로

다들 어찌 사시는지.


 잠깐 했던 일이 끝난 뒤 거진 일주일을 아팠다.

 주말부터 슬슬 으슬거리던 탓에 드러누워 잠만 자다시피 했는데 끊이지 않는 기침 덕분에 정신까지 몽롱할 지경이었다.

 역시나 둔하고 느긋한 성격 탓에 4일 정도를 심하게 콜록거린 다음에야.

 어. 이거 병원에 가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도 없고 가래도 없는데 기침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편할 지경이었다.

 

 

 병원에 가니 후두염에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후두염이면 4주를 약을 먹어야 하는데 역류성 식도염은 8주를 먹어야 한다며.

 우선 일주일치 약을 지어가고 일주일마다 다시 오라고 하셨다.

 푸짐한 약봉지를 받아 들고 꼬박꼬박 약을 먹기 시작하니 기침이 조금씩 줄었지만. 잠은 더 왔다.

 약이 좀 졸릴 거예요.. 하셨는데 진짜 약을 먹고 나면 꾸벅꾸벅 졸았다.

 

 

 일이 끝났으니 실컷 놀러 다녀야 하는데.(그래 봤자 혼자 놀기)

 4-5일은 내리 아팠고.

 그 뒤 약을 먹어 기침은 조금씩 나아졌으나.

 약에 항생제가 있었는지 약을 먹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부터는 설사를 시작.

 그래도 너무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가

 걸어 다니는 와중에도 너무 졸린 나머지 다시 들어와야 했다.

 게다가 기침+설사는 정말이지.

 

 의사 선생님은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으나.

 졸림과 설사 덕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답답해서 스스로 약을 멈췄다.

 기침은 아직 좀 남았으나 이래저래 나아져가고 있다.


 


 



 잠깐의 알바였었으나 나는 일을 하는 중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스트레스는 없었으나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 만으로도 몸이 기분 좋게 피곤했고.

 일에 살림에 아이까지 챙기느라 맘에 여유가 없어지자 책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우선 몸이 편하고.

 한없이 멍 때리는 시간이 가능할 때라야 책을 읽는 게 가능해진다.

 

 

 몸이 좀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서점에 가서 기웃거리며 책을 사들고 들어왔다.

 뭐 그리 오랜만에 간 것도 아니었지만 책이 싹 바뀌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사고 싶은 책'들을 꾹꾹 눌러 담아 세 번쯤 연달아 푸짐하게 책을 사 집으로 날랐다.

 이번 알바로 1년 치 책값 정도는 벌었다.

 책을 살 때마다  살까 말까 망설여야 했던 마음이 훅~ 날아간 것만으로 이번 알바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일이 없이 집에서 지낼 경우 나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

 그저 서점을 들락거리며 책을 읽고 생각하거나 필사하거나 조금씩 글을 쓸 뿐이다.

 한 달이면 10권에서 20권가량의 책을 읽는다.

 만화책도 몇 권씩 사는데 음식 관련 만화라던가. 생활이나 인생의 단편 같은 에세이 같은 내용.. 좋아하는 작가 시리즈는 무조건.

 만화는 주로 일본 작가 책이 많고. 한국 작가도 무조건 사는 시리즈가 있다.

 잡지는 어쩌다 한 번씩. AROUND라는 잡지가 있는데 종이 냄새가 유난히 좋고 글과 사진이 좋아 계속 샀었는데 요즘은 '종종' 산다.

 좋긴 한데 너무 비싼 탓.

 나머지는 그저 내키는 대로.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거나 하는 책을 슬쩍 들여다보고.

 공감 가는 내용이 있어 사기도 하고.

 목차를 보고 사기도 한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거의 무조건.

 

 

 언제부턴가 소설은 거의 읽지를 않는데. 가끔. 어쩌다.

 어느 작가의 책을 읽고 좀 자극받아 읽는 분야를 좀 다양하게 해보려 노력 중이다.

 예전에는 거의 읽지 않았던 과학 부분이나. 암튼 좀 새로운 분야에도 관심을 조금씩.

 



 영화를 두 편 봤다.

 평일의 한가한 시간에 사람이 특히 적은 대형 영화관에 가서 조용히 혼자 영화를 즐긴다.

 나는 영화를 볼 때 혼자 가는 걸 좋아한다.

 적어도 최근 10년간 누군가와 같이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아이가 영화를 원할 때는 아이 아빠와 둘이 보낸다.

 

 나는 언제나 조용히. 뜬금없이. 평일의 한가한 오전쯤에 영화관에 가서.

 절대 미리 시간을 체크하거나 예매하는 일 없이.

 상영하는 시간순으로 쭉 영화를 조회해본 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고. 액션이 아니고. 애니메이션이 되도록 아닌(미야자키 하야오 제외). 공포물 절대 안봄. 의 원칙으로 영화를 고른다.

 삶의 잔잔한 내용이 주로 좋다.

 삶에 대해 얘기를 건네는.

 나는 누군가의 삶을 슬쩍 들여다보고. 쓸데없이 되게 감동하고 나온다.

 오. 누군가는 저런 삶을. 저런 생각을.

 잔잔한 영화를 보며 혼자 격렬히 느끼고. 때론 울고 나오기도 한다.

 울때 신경 쓰기 싫어 혼자 가는지도.




 요즘 나는 우울하지 않다.

 예전에 주구장창 쉬고 노는 날이 계속될 땐

 뚝하면 우울해지고 마는 내 타고난 성향과 천성덕에 2-3일에 한 번씩은 훅 다운되어 있었지만.

 

 이 알바가 끝나면 기다리고 있을 '마냥 늘어질 수 있는 시간들'이 감사하게 기다려졌었고.

 지금 그 늘어지는 시간들을 즐기며 좋다.

 며칠 있으면 아이의 방학.

 덥고 습한 날씨에 열심히 아이를 먹이고. 같이 놀고 지내다 보면.

 여름은 또 지나갈 것이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다시 일이 잡혀있다.

 이번 일은 4개월짜리라 살짝 긴장도 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나는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 요즘.

 조금도 우울해지고 싶지 않다.

 아픈 1-2주의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자며 늘어지고 늘어지며 지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고. (정말 쉴 새 없이(?) 잤다)

 다시 책을 읽고. 가끔 돌아다니고. 음식을 만들고. 식구들을 챙기고.

 와이셔츠를 다려두고.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고.

 마르지 않는 빨래를 선풍기로 말리고.

 날파리 꼬이는 음식쓰레기를 열심히 갖다 버리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멍을 때리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하고(디어 마이 프렌즈.. 정말 좋았습니다)

 냉커피를 하루 종일 끼고 사는.

 요즘의 내 생활이 괜찮다.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우울해질라치면. 열심히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내가 우울해지도록 놔두지 않기로 했다.

 집에 온종일 있다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피만 마시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나를 위해.

 맛있는 햇반을 종류별로 사뒀다.

 뭐 밥을 다 사 먹어.. 하며 햇반을 쟁여놓는 친구를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밥통에 딱딱하게 굳어가는 밥을 보며 다시 먹을 맘이 싹 가신 채로. 굶어버리고. 당 떨어져 바들바들거리는 내가 한심했다.

 밥이라도 맛있으면 어찌 됐든 한 끼 식사는 대충이라도 해결이 된다.

 현미밥은 특히 맛있게 하기 힘들어서.

 현미밥(작은 공기)은 아예 10개짜리로 샀다.

 김이라도 싸서 꼭꼭 씹어 끼니를 챙겨야지.

 

 

 끈적거리는 집안에서 축 늘어져 있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습하거나 더우면 에어컨을 틀자.

 혼자 있을 때 틀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할머니 같은 맘을 날려버렸다.

 혼자 있을 때라도 덥고 습해서 짜증이 날라치면 얼른 씻고 나와 에어컨을 틀고 집을 상쾌하게 해둔다.

 그 상쾌함 속에서라야 뭐라도 할 의지가 생기고 햇반이라도 챙겨 먹게 된다.

 

 

 이 덥고 습한 여름에 갓난쟁이가 아닌 다 큰 딸을 키우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며 뜬금없는 감사를 하기도 하고.

 정말 간만에 가기로 한 여행을 위해 사둔 책을 읽기도 하고.

 이제 저 쌓아둔 책들을 또 팔러 나가야지..

 쓸데없는 옷을 또 골라내어 기부해야지..

 아이에게 간만에 테스트 한번 받으러 가자고 설득을 해봐야겠구나.

 이번 달이 마지막인 자격증 갱신도 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아이 여권도 갱신해야 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의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느끼는 소소함도 좋고.




 어제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잠깐씩 다시 생각에 빠져 있다.

 김수영 씨가 쓴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인데.

 이 책이 몇 년 전에 베스트셀러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괜히 이 작가가 맘에 안 들어 솔직히 좀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가

 이번에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단숨에 데리고 왔다.

 한 번에 읽히는 책이었는데.

 내가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처럼 느끼며 공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골똘히.. 생각을 하게 했다.

 

 거창하게 '꿈'씩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내가 원하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봐야지..

 하나씩 하나씩 적어 내려가 보자 하는 맘이 들었다.




 감성 충만하던 고등학생 시절에.

 "우울할 때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쭉 적어보세요.. "하며 한 페이지 가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 라디오 방송에 응모했다가.

 구두 상품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정작 그 사연이 뽑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지 방송은 듣지도 못했는데.

 상품권 찾으러 오라는 연락만 받았었다.

 상품권 찾으러 같이 갔던 엄마에게 구두를 사드렸었는데 그 구두를 아직도 갖고 계신다.




 하나씩 다시 시작해보려고 노트를 꺼내 두었다.

 

 집안의 어수선한 짐들을 치우고. (또 쌓였다..)

 생각을 다시 한번 꼼꼼히 정리해나가야 한다.

 축 늘어져 있는 시간을 20일 정도 가졌으니 그 정도면 됐고.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 정신을 차려보자.

 내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꿈..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저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들.

 멈추지 말고 '나아가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배우거나 도전해야 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

 

 

 우선 방학기간에는 아이에게 집중하며 실컷 놀아주고. 돌아다니고.

 영어 테스트도 한 번은 받아봐야 하고.

 암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장소와 일들을 계획해보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오랜만에 여행도 한번 다녀올 계획이다.

 

 

 몸을 좀 단련시킬 수 있도록 이젠 그만 누워 지내고 밖으로 나가기로.

 걷거나 운동을 하며 해를 보며 지내자. 햇빛 받아 주근깨-기미겠지만-가 왕창 는다고 해도.

 많이 걸어서 몸을 지치게 만들고 배고프게 만들어 밥을 맛있게 먹고.

 잠도 푹 자도록. 어설프게 새벽에 깨어 혼자 헛짓거리도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살도 3킬로 정도 빼볼 생각이다.

 

 

 기간이 어설프게 남고 날씨가 더워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면허를 따자.

 우선 알아보기라도.

 내가 운전을 하면 누군가를 치게 될 것 같아...라는 망상을 버리고. 제발 도전.

 (지난번 거진 딸뻔한 면허를.. 이걸 따 봤자 운전하겠어.. 싶은 맘에 마지막에 포기했다는.

 되게 믿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버린 멍청한 여자입니다)

 

 

 다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생각 많이 하고. 자극받고. 글 쓰고.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고 느끼고 생각할 것.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정리해 볼 것.


 


 

 아이에게 건강식으로 음식을 해 줄 것.

 너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만 해주지 말고.

 고기도 담백하게. 나물이나 채소로 맛있게 조리해서 몸에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인스턴트 줄이고 기분 좋은 식사와 건강한 간식 챙겨주기.

 

 

 구두 한 켤레 사두기.

 이제는 신고 나가봤자 단번에 커다란 물집이 얼른 생겨버리는.

 저 빌어먹을 혹은 불가능한 힐들을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다만.

 갑자기 나가게 될 '격식 차려 조금은 차려입어야 할 순간'에.

 긴장 없이 편하고 자신 있게 신고 나갈.

 3-4센티 정도의 단아하고 세련된 구두 한 켤레 장만해두기.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백화점 구두 말고.

 지난번 그 지하상가에서 발견한

 정직한 사장님이 판매하시던 '수제구두'(구두 집 이름입니다) 집에 가서

 편안하고 세련됐으나 값은 턱없이 저렴했던(좀 더 받아도 될 듯하던데요 사장님)

 그 구두 집에서

 정장구두 한 켤레 사 두고 잘 모셔두기.

 

 

 아끼면서 사는 것도 좋고.

 쓸데없는 거 안 사겠다는 것도 좋으나.

 적어도 나 행복해지는 건 사면서 살자.

 책도 사고. 티도 사고. 가끔 맛난 것도 먹고. 몸에 좋은 것도 챙기고.

 아끼자아끼자 생각 말고.

 다시 돈을 벌면 된다. (사실 간단한 사실이죠)

 뭐 대단한 사치스러운 취향은 없으니까.

 아껴서 남 좋을 일만 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선물하면서 행복해하고 이기적으로 살자.

 

 

 새로 배울 무언가를 찾기.

 그래도 이것저것 배우러 다닐 때가 사람이 가장 활기차고 즐겁다.

 뭐라도 배우자. 뭐라도 배우고 공부하면 우선 재밌다.

 그게 뭐가 될지는 좀 더 생각해 볼 것.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기.

 아무도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니 나 같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만나자는 제의를 해 본 적이 없다.

 나중에서야 그건.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꽤 지질한 구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말았지만.

 어찌 됐던 그것을 알고 나서도 먼저 제의하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그럴만한 구실도 찾지 못했고.

 굳이 사람을 먼저 만나자고 할 만큼(거의 항상 외롭지만) 필요(?)를 느끼지 못한달까.

 그저 혼자 지내며 멍 때리는 시간이 내게 중요하며.

 외롭지만.

 멍 때리는 시간이길 바라는 시간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하는 순간들은 힘겹다.

 

 

 그래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사람 대신 책을 읽으며 세상을 만나고 사람을 만난다고 한들

 그 책 속의 사람들은 내게 말을 걸진 않으니까.

 그리고 그 즉시 대화를 하지도 못하고.

 내 앞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그 무수히 많을 느낌표와 깨달음을.

 책 속에서는 만나지 못할 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좀 느끼게 됐다.(이제야..)

 그러므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말기.

 적어도.

 누군가가.

 어이~ 우리 한번 모이는 게 어때.

 하면.

 피할 궁리부터 했던 맘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고마워하며 동조하기로 했다.

 나를 불러주다니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어떤 사람이든 배울 점이 있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알 수 없고 뜬금없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고.

 내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며

 나는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질 것이다.

 사람을 좀 더 좋아하며 믿으며 지내기.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막상 사람들을 만나면 잘 지냅니다. 오해는 마시길.

 직장생활도 오래 했었고. 사람 잘 웃기고 공감도 잘 합니다.. 만 왠지 자꾸 피하고 도망 다니는 이 심리는 뭔지)




 내 시시껄렁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한 끼 반의 식사를 했고.

 집을 치워뒀고.

 빨래를 돌리고.

 책을 한 권 읽었고.

 중간중간 멍을 때리며 생각에 잠겼고.

 에어컨을 켜서 상쾌했으며.

 오늘 저녁에 내일 아침까지 생각해 카레를 한 냄비 끓여뒀다.

 


 

 내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의 이 하루가

 평화롭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조용히 뭔가를 시작한다.

 읽고 생각하고 끄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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