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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Mar 30. 2016

법륜스님 즉문즉설 두 번째 만남

옆 동네에 또 오셨다길래 냉큼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의에 또 다녀왔다.

 이번에는 언니와 함께.

 여러 질문 가운데 가장 가슴 아팠던 사연.

 

 



 

 

 젊은 남자가 목발을 짚고 힘들게 일어나 질문지를 펼쳤다. 스님은 몸이 불편하니 그냥 앉아서 질문을 하라고 하셨다.

 감사하다며 또 힘겹게 자리에 앉는다.

 준비해 온 질문지를 읽으려다 읽지 못한다. 그냥 자기가 줄여서 얘기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뵙네요. 반갑습니다 스님.

 저에게는 아내와 3살 아들이 있습니다....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며 저와 이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힘들어하는 아내가 딱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근데 제가 어떻게 맘을 잡아야 할지. 그 두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해주고 싶은데 그 기도문을 좀 알려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그이는 왠지 시니컬해 보여 나는 그가 좀 불편했다.

 스님께조차 좀 빈정거리는 말투로 질문을 했다. 불편한 몸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한 15도쯤 삐딱해져 있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혹시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해서 아내를 힘들게 한 사람은 아닐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쓸데없는 억측까지.

 

 

 스님은 조용히 다시 물어보신다. 본인은 그럼 이혼을 바라는 거냐고. 같이 이혼하고 싶은 거냐고.

 

 "아뇨. 저는 아내와 살고 싶죠. 저는 아들과 아내와 살고 싶어요. 그건 아내만 바라는 거죠.. 하지만 너무 힘들어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스님은 아내에게

 이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과 살고 싶습니다.. 하고 얘기하라고 하신다.

 어차피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으니 서류를 꾸미거려든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고 계속 얘기는 하라신다.

 나는 이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혼을 하고 싶어 하는 당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계속 같이 살고 싶습니다..

 상대에게 화를 내지도 말고. 그저 본인의 뜻을 전하면 된다고..

 

 .

 .
 .

 .

 

 

 젊은 남자는 다시 써온 질문지를 꺼내 들고 자기 얘기를 좀 더 한다.

 

 "저는.. 혈액... 암이에요. 결혼 전에 아내도 알고 있는 상태로 결혼을 한 거구요.

  저야 이 병을 오래 앓아와서 아프면 아픈 대로 이러다가 또 지나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지만. 수시로 병원에 실려가고 중환자실을 오고 가는 상황이 막상 현실로 닥치자 아내가 너무 무섭고 힘들어해요..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는 거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이 암의 후유증으로 무슨 희귀병에 또 하나 걸렸어요. 통증과 관련된 병인데. 이게 우리나라에 저 하나래요....

 전 세계적으로는 몇 명 있다니까 해외에는 친구가 있겠죠. 뭐.

 

 저는 아내를 사랑해요. 아들도요. 같이 살고 싶어요.

 근데... 지난달에 술을 잔뜩 먹은 아내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자기를 놓아 달라고. 너무 힘들다고.

 제가 자꾸 아프니까 가장으로써 공백이 자꾸 생기고 경제활동도 자꾸 어려워지고 하죠.. 병원에 자꾸 실려가니까.

 그래서.. 놓아주겠다고 맘을 먹었어요. 너무 힘들어하니까요..."

 

 남자는 가끔 어깨를 들썩이거나 잠시 숨을 들이마시며 질문과 얘기를 이어간다.

 그의 시니컬함을 오해한 게 미안했다. 정말 미안하다.

 

 

 스님은 그래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부인이 힘들어하며 이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 이해는 되잖아요.. 근데 또 본인은 하고 싶지 않은 거고.

 그러니까 부인이 이혼을 위한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거기에 화를 내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저 그렇게 말해요. 당신을 이해하지만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 당신과 살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나는 당신과 살고 싶어요.라고.

 

 

 젊은 남자는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게 해보겠다고도 했다. 눈물을 글썽였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차마 해보지 못한 얘기였을 것이다.

 나는 당신과 살고 싶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과 살고 싶어요. 미안해요.

 이혼하고 싶어 하는 당신을 이해하고 미워하지 않을게요.

 나는 당신과 그래도 살고 싶어요.

 


 


 나는 잘 모르겠다.

 마음이 아파 눈물이 흐를지언정 나는.. 모른다.

 
 그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아온 아내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

 
 이 남자는 또 얼마나 무섭고 억울할지.

 수십 년을 병과 싸우며 지내온 그 남자의 삶이. 얼마나 아플지. 막막할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 사람의 삶에 의미가 될지.

 뭐가 정답일지.

 사랑이 뭔지.

 삶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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