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건너편 건물 사무실의 동료분을 오랜만에 만났다. 정이 많고 따뜻하신 분이셔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항상 밝은 웃음으로 인사해주시며 이것저것 챙겨주신 좋은 분이셨다. 그분이 오늘 출근길에 나에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셨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저는 아이를 낳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아이가 주는 기쁨이 정말 큰가요?"
나는 그분께 이런 대답을 했다.
"직접 겪기 전에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정말 사람으로서 내가 이렇게까지 대가 없는 내리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신기한 경험인 것 같아요"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특히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나는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도 항상 부족하게만 느끼는 아주 모난 사람.
나의 부모님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주셨지만, 어렸을 때 이기적이었던 나는 그 사랑이 나에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항상 부족해했고, 항상 갈급해했다.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었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부모가 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 아이가 살짝 다치면서 반깁스를 했는데 그 어린 아이가 다리를 절뚝이면서 반깁스를 한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
정말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서 속상했다. 왜 부모님께서 내가 다치거나 아팠을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나는 괜찮은데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고 신경 쓰셨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부모의 사랑이라는, 신기한 경험을, 육아를 하면서 조금씩 겪고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렇게 나도 부모가 되면서 사람으로 더 성장하고 자라는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도 큰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면, 부모도 유치원생만큼 크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부모도 초등학생만큼 크고.
아이가 사춘기를 겪는 십 대가 되면, 부모도 사춘기를 겪는 십 대와 같이 크고.
아이가 성인이 되면, 부모도 함께 성인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나의 사랑을 다 주고 싶고, 아이의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주고 싶지만 그것 또한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주면서 한 아이가 그 아이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아이가 사랑으로 가득차되 스스로 성장하며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