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설서정 Mar 14. 2024

글쓰기

글쓰기로 돈벌기를 꿈꾸다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은 적이 있다. 홍보팀에 있던 입사 동기가 글을 부탁했다. 리비아 근무를 마치고 본사에 복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해외 근무 경험을 사보에 투고하라며, 글이 실리면 원고료 2만원을 준다고 했다. “글, 글은 일기나 대학 숙제로 리포트를 작성한 적 밖에 없는데?” 라고 하며 머뭇거렸다. “너 지난 달까지 북아프리카 열사의 나라 리비아에서 있었잖아? 그곳의 생생한 경험을 작성해 봐.” 그는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글은 썼는데 사보에 실리지 않으면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거니?” 라고 물었다. 그는 “과장과 부장이 사보 편집에 관여하는데 글을 투고하는 직원이 별로 없어 직원 글은 반드시 실린다. 네 글은 내가 보장하겠다.” 고 장담했다. 물론 글의 내용을 작자에게 요청하여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하였다. 홍보팀에서 매달 사보를 발행하였는데 주로 외부 필자를 이용하였다. 경영층 동정이나 회사의 주요 행사 소개가 대부분이었다. 사보 맨 뒷장에 조그만 박스로 독자 투고를 안내하였고, 직원의 투고를 받았는데 호응이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친구는 직원의 투고란을 채우려 고생했다. 매달 직원 글을 받기 위해 부서를 돌아다니며 글을 구하는 상황이었으니 동기인 나는 편한 상대이었을 것이다. 동기 부탁이고 리비아 생활을 정리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썼다. 원고료도 큰 유인이었다. 김포에서 출발하여 스위스 취리히에서 리비아 트리폴리행 비행기를 갈아 타고 이륙한 비행기에서 바라본 알프스 정상의 눈부신 설원과 짙푸른 지중해, 그리고 바다를 건너자 나타난 아프리카의 거대한 붉은 사막을 묘사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하라 사막은 아름다웠지만 낯선 나라의 생활이 두려웠다. 3년을 저 열사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열기를 견뎌야 한다는 걱정에 속이 막혔다. 생활하다 보니 리비아에는 사막과 무더위 뿐 아니라 푸른 산과 바다, 오렌지, 멜론, 포도 등 신선한 과일이 풍부하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지낼 만 했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며칠 후 동기가 전화했다. 보내 준 원고를 그대로 싣기로 결정하였다며 거기서 찍은 사진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했다. 푸른 밀밭을 배경으로 도로 갓길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다음 달 사보에 글이 실렸고 부서장이 “너 리비아에 다시 가고 싶은 모양이더라.” 라고 한마디 했다. 나는 “아! 네~” 하면서 웃었다. 사보 글로 적당하였다고 평가받은 것 같았다.

지난해 가을 광진도서관의 글쓰기 강좌 안내를 보고 과거 사보 글쓰기가 생각났다. “그래, 나도 글을 써서 고료를 받아 보았지. 퇴직하고 하는 일 없으니 이 참에 글쓰기를 배워 글로 돈을 벌어볼까!” 라는 맹랑한 상상을 조금 했다. 30분전 도서관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신청 화면이 막혀 있었다. ‘새로 고침’ 키를 간간히 누르며 화면이 열리길 기다렸다. 9시 정각 화면이 열리자 마자 신청하고 보니 두번째였다. 나보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있었나 보다. 5분도 안돼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기대가 컸다. 10명이 모였다. 자기 소개를 할 때 내 옆에 앉았던 젊은 여성은 글쓰기도 하고 블로그도 운영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몇 분은 글쓰기 경험이 있었고 대부분들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했다. 두번째 수업 시간에 내 옆의 젊은 여성 대신 다른 분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글쓰기 강의를 처음 듣는 터라 강사가 뭘 가르칠까 궁금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숙제로 일기를 썼고 대학 1학년에 ‘작문’이라는 필수교양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이오덕 선생이나 조지 오웰, 스티븐 킹 등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좌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고 비법은 더욱 없었다. 그저 같이 글을 쓰고 읽고 고치고 평을 했다. 글을 쓰는 동료가 있어 좋았고 그들의 글을 볼 수 있고 내 글을 읽어주어 기뻤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왔고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가 다를 것이다. 글을 표현하는 방식과 내용이 다양하지만 모두 글을 쓰고자 한다는 점은 같다. 동료의 글을 보면서 배우고 깨우친다. 글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글쓰기를 하면서 다시 확인한다. 수학 문제를 풀 듯이 공식을 적용할 수도 없다. 

2개월의 글쓰기 강좌가 끝났다. 10명이 쓴 20편의 글을 묶어 ‘별별이야기’ 라는 책이 나왔다. 뿌듯하면서 약간은 아쉬웠다. 한권의 책에 담은 20편의 글은 생각보다 적었다. 출간 기념식도 조촐하게 하였다. 4권의 책을 받았고 커다란 현수막을 아래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출판사에서 오신 분은 곧 ISDN 등록을 하고 전자책으로 온라인 서점에 출시한다고 하였다. 한권이 14,000원이고 권당 인세가 10%이니 책 한권 팔릴 때 마다 저자 10명이 각자 140원의 인세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들떴다. 친구들에게 홍보하였다. 일부는 책을 사서 주위에 나눠 주겠다고 하며 출시하면 알려 달라 하였다. 출간 기념 후 한달이 지나도 책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10명중 9명이 매달 별별 이야기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주제를 정해 매일 짧게 글을 쓰고 한달에 한번 모여 합평도 한다. 매일 글쓰기 주제가 정해지면 머리속으로 씨름한다. 바로 쓸 수 있는 주제 보다 끙끙대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주제가 많다. 숙제라고 생각하고 매일 한 줄이라도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운동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생각한다. 어느 정도 아웃라인을 정하고 머리 속에서 줄거리를 대충 생각한 다음 컴퓨터 화면을 열어 후다닥 한번에 토해 내듯이 글을 갈겨쓴다. 먼저 쏟아 붓고 다음날 파일을 다시 열어 검토하면서 퇴고한다. 마감일을 지키기 쉽지 않다. 동료들은 어떤 글을 보여 줄까 궁금해 하며 기대한다. 남들보다 먼저 글을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작가의 이전글 주(周)여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