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도서관 대출도 당연히 좋지만,
월평균 2~3권 정도 독서하는 나로서는 도서관 책 대여보다 구매가 훨씬 좋다.
올해 초 이사를 했는데, 새 동네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시립 도서관이 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정말 좋은 환경이다. 도서관이 가깝다 보니 우리 부부도 책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졌다. 그렇게 몇 번 대출해서 읽었는데, 영 나와는 맞지 않아서 웬만하면 이제는 원래대로 다시 책을 사본다. 그러므로 이 글은 합리화를 위함이다.
사서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들이다.
1. 완독률 증가
도서관 대출은 대여 기한이 있어서 오히려 완독률이 증가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아니었다. 공짜로 보는 책이라서 조금 읽다가 질리면 다 읽지 않고 관두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읽다 보니 끝까지 읽을 재미가 안나는 책인데, 샀다는 이유로 억지로 끝까지 읽는 고역은 힘들긴 하다. 그래도 대출에 비해서 꾸역꾸역 읽게 된다. 책 산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2. 내 페이스에 맞는 독서
책을 70~80%까지는 빠르게 읽어낸다. 그러다가 좀 힘이 빠지고 지루해져서 새 책이 다시 보이게 된다. 그래서 책을 70~80% 읽어낸 시간만큼, 또는 더 오래 걸려서 나머지를 읽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잡았던 새 책도 다 읽기도 전에 또 다른 새 책이 눈에 들어오길 반복한다.
그런데 대여한 책은 대출 기간이 자꾸 의식 돼서 빨리 읽어야 할 거 같아, 내 페이스를 자꾸 잃게 되었다. 기한 내 뭔가 해야 하는 일은 회사 업무면 족한데 괜한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스트레스 해소하자고 술에, 쇼핑에 몇 만원 쓰기도 하는데 책 사볼 돈이 아까우랴.
3. 공간이 채워지는 느낌
어릴 적 할아버지의 책장에는 책이 꽉 차 있었다. 그 어린 눈에 엄청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이런 책들을 할아버지가 다 읽으셨다고 하니 엄청 대단해 보였고, 지금에서 생각해 봐도 존경스럽다. 책을 많이 읽어도 읽어도 그런 내공은 못 따라잡을 거 같다.
책을 사면 책은 공간을 차지하고, 책장에 하나씩 놓이게 된다. 형형색색의 표지와 제각각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사이즈의 통일된 형태의 아이템. 적당히 공간을 드러내면서도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리는 느낌. 인테리어 효과로도 만점이다.
글을 써서 하나하나 차곡차곡 브런치에 남겨가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내가 읽은 책을 하나하나 책장에 보관해 두면 책을 읽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또 필요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내 책을 갖는 것의 즐거움이 크다.
4. 콘텐츠 제작 활성에 기여
책을 사서 보는 것이 책을 빌려 보는 것보다 출판 시장에 조금이나마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출판 시장이 유지, 확장되어야 양질의 책이 계속 발간되고 종국적으로는 내가 즐길거리가 많아질 거라고 본다. 한 달에 두세 권 책 사는 돈은 미미하여 실질적인 효과라기보다는 합리화에 가깝긴 하다.
5. 가족에게 긍정적 영향
아들 하나를 키운다. 빌린 책이 아니라 내 책이라서 책을 다 보고도 집에 계속 남아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들의 눈에는 책이 자주 보일 것이다. 책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주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아들이 독서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괜히 내 영향 덕분인가 싶어서 아주 마음에 든다.
빌리는 것에 비해 책을 끝까지, 자주 읽게 되니 배우자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된 것도 장점이다. 배우자도 여가 시간에 다른 것을 덜 하고, 독서 시간이 늘었다. 이런 가정환경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다른 돈은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도 않고 잘 쓰면서 책 하나 사는 건 무슨 장점과 합리화를 이렇게까지 나열해야 할 일인가 싶지만, 이 글 이후로는 고민 없이 책을 사서 봐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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