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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Nov 13. 2023

이런 스몰 토크는 불편하다 (2)

주말에 뭐 했어?

<이런 스몰 토크는 불편하다 (1)>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까지도 예민하고 불편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보았고 나도 한때 그랬던 적이 있어서 이야기를 이어 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요일은 월요일이다. (공교롭게도 발행일도 월요일이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회사 동료들에게 서로 주말에 뭘 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손쉬운 스몰 토크 주제이다. 앞서 다뤘던 '재미있는 거 없냐?'라는 질문은 절대 하지 않을 종류지만, 주말에 뭐 했는지 또는 주말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자주 묻는다.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주말에 뭐 했냐는 이 질문도 불편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바로 6년 전에 같은 부서에 발령받은 신입사원 후배였던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 뭐 했어? 주말에 뭐 하니? 한때는 왜 이런 걸 묻나 싶었다. 특히나 회사 사람들끼리. 그런데 이제 내가 자주 묻는다. 진짜 궁금해서라거나 간섭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그저 대화의 소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툭 내뱉고 재밌는 이야기라도 돌아오면 아주 효율적인 대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 부서 막내를 보면 내가 신입 때 그러했던 것처럼 이 질문에 대답하기를 망설여하는 것이 보여 나는 묻다 말았지만 여전히 묻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도 곧 익숙해지겠지. 회사원이 된다는 것은 뭐 재밌는 게 어디 없을지를 늘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 ‘17년도에 썼던 글, <주말 동향>


이제는 그 느낌이 잘 기억도 안 나긴 하지만, 저 글의 신입사원도 그랬고,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 한때 저 질문이 불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회사에서는 공적인 이야기만 하고 싶고, 회사 사람들하고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었을 거 같다. 또 첫 부서에는 회사 내 최고 유쾌한 직원이 1년 선배로 있었는데, 나는 항상 그의 주말 스토리에 비하면 보잘것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었다. 또 이 질문은 항상 (나는 신입사원이었으므로) 과자창, 선배들이 했었는데 그게 꼭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야만 내가 점수를 딸 거 같은 부담감에 사로 잡혔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질문도 싫다면, 어떤 질문이 좋을까? 그냥 묻지 말고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면 된다. 질문을 하면 월요일 아침이 피곤해서, 나랑 이야기하기 싫어서, 말 주변이 없어서 등등 여러 이유로 대답하지 않고 싶을 수도 있다. 그냥 내가 무엇을 했는지 들려주면 그 이야기가 실마리가 되어 즐거운 대화의 장이 열릴 것이다. 또는 질문이 아니라 중립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 "오늘 날씨 좋네요." 같은 것들.


이렇게 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고 내 이야기만 하고 끝날 수도 있는데 그럼 그냥 그 사람은 나랑 맞지 않거나, 대화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여기고 만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 아침 또는 다른 때에라도 티타임을 주로 함께하는 동료들은 몇몇으로 정해졌다.


끝으로, 주말에 뭐 했냐라는 질문까지 불편해하면 불편해하는 그 사람이 조금 오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주말에 뭐 했는지, 뭐 할 건지, 이제는 나도 많이 묻고 다닌다.


앞으로도 즐거운 스몰 토크를 지향하며, 이것으로 불편한 스몰 토크에 대한 검토는 마치고자 한다.



Image by Surprising_Shots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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