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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Dec 15. 2023

철학과 출신이라 종종 들었던 질문들 (1)

철학과에 대한 ‘오해’ 편

철학과 입학 이후로 지금까지 직접 듣거나,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질문들을 정리해 보고 나름 답해보려고 한다.


1. (좋은) 대학교 간판 따려고 (상대적으로 입학하기 쉬운) 철학과 간 거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어떤 철학과 학생이나 졸업생에게 하더라도 무례하다는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래는 내 사정의 이야기이다.


이 질문의 배경은 아마 전공 서열을 전제로 한 질문인 듯하다. 한 학교 내에서도 전공 간의 서열 인식은 다음과 같은 형태였다. 법-경영/경제-정치/외교-영문-심리-역사-철학 등등... (로스쿨 없던 시절) 법대는 그 학교의 간판이고, 인문학은 그 학교의 입구라는 생각은 흔했다.


나는 대학교마다 철학과가 포함된 인문학 관련 학부에만 지원했었다. 요즘 입시처럼 원서부터 학과를 나눠서 지원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철학과 같은 입학 정원이 적은 과는 하방이 뚫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빵꾸.) 개인적인 스토리를 더 하자면, 원서 배치표 전략상 A대학 인문학부는 하향 지원이었고, B대학 인문학부는 소신~상향이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B대학은 불합격하고 A대학에 다니게 되었다. 그냥 철학이나 사회학이나 삶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것을 다루는 공부를 대학교에서 하고 싶어서 했던 선택이었다. (참고로 사회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것을 다루고 싶다면 사회학보다는 철학이 낫다.)


입학 당시에는 여러 과를 합쳐 놓은 '00 학부'로 원서 지원이 가능했다. 철학과 선택은 대학 1학년의 학점을 바탕으로 지원하게 되고,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철학과에 진입하게 됐었다. 철학과는 수천 년째 취직에 도움이 안 되는 인문학 중에서도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니, 1학년 학점을 죽 쒀도 철학과 진입에는 별 문제없긴 했었다. (그렇다고 철학과 진입생 모두 학점이 안 좋은 것은 아니고, 나도 1학년 때만 좋지 않았을 뿐이다.)


2. 철학과 나오면 사주 좀 볼 줄 아나요? 나중에 철학관 차리나요?


회사나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들으면 흥을 깨지 않기 위해 사주를 읊어주시라 하고 적당히 손바닥에 이것저것 써보는 척 (간지러운 데 긁어보다가) 사주가 좋다, 운수대통이다 등 적당히 대화의 흥을 깨지 않을 정도로만 답변하고 끝내고 만다.


이 정도까지만 관련 있다. 한자까지 같지만 거기까지만 같다. 왜 같은 글자를 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파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대학교의 '철학'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음 글을 우선 봐도 좋다. : <철학이란 무엇인가>


3. 철학과 나오면 취직은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고, 취직해서 잘 살고 있다. 주위 동기, 선후배 봐도 알아서 잘 산다. 당연히 철학 관련된 업에 종사하고 있진 못하긴 하지만, 애초에 철학과 관련된 업이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하지만, 철학관에 취업 안 한다.)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취직을 마음먹은 뒤로는 다양한 역량을 발전시키고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철학과는 궁금증이라도 유발하는 데가 있는 것 같아 서류도 생각보다 잘 되고, 면접도 더러 자주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노어노문학과는 어떠한가? 철학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러시아어와 관련된 취직 자리도 적다. 비인기 제2외국어 관련 일자리들의 취직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철학과뿐만 아니라 많은 인문학, 어문계열 전공 졸업생들은 전공과 무관한 일로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아간다. 차라리 특정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임원들이 관심 있어하는 "철학" 타이틀이 더 나은 거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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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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