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양생

다도 수업 04. 마음을 닦는 양생 다건

by 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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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다큐프로그램에 어느 사찰의 수행자들 모습이 나왔다. 두 장면이 눈에 띄었다. 스님이 이불을 개는 수행자들에게, 개어 놓은 이불의 반듯한 면이 부처님께 향하도록 하라고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발우공양 시 공양을 마친 후 자신의 발우를 발우수건으로 닦는 수행자들 모습이었다.


다도에 쓰이는 수건을 다건茶巾이라고 한다. 수행자들이 부처님께 예를 갖추듯, 팽주(烹主) 다건을 여러 번 접어, 반듯한 면이 손님 쪽을 향하도록 두며 손님에 대한 예를 갖춘다. 그리고 수행자가 자신의 발우를 천으로 닦는 것처럼, 다도의 자리에서도 다건으로 다호를 닦는 순서가 있다.


다건 중에서 다호를 닦는 수건을 '양생 다건養生茶巾'이라고 부른다. 그 이름이 퍽 흥미롭다. 동의보감을 읽을 때 자주 접했던 말이다. '양생'이란 병이 들지 않도록 돌보고 기른다는 뜻이다. 양생 다건은 다호와 팽주 사이에 자리한다. 다구들은 그 위를 오가며 다구 표면에 묻은 물을 흰 다건과 양생 다건에 찍어 닦아낸다. 다구 표면을 따라 흐른 물이 아무 데나 뚝뚝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차를 여러 번 우려 마신 후 오늘 마신 찻잎을 함께 감상한 다음, 다호를 감상하는 순간에 양생 다건은 빛을 발한다. 접혀있던 양생 다건은 약속된 순서와 모양에 따라 여러 번 펼쳐지며, 다호를 감싸고 닦는다. 그리고는 다시 역순서로 접힌 후 제자리에 놓인다. 이 동작은 다도에 작은 재미를 주며 나와 도반들은 이 시간을 좋아한다. 다건을 접는 모습은 일본 다도 영화에서 본 장면이었다. 다건을 정해진 순서와 모양으로 접는 것은 지극히 실용적이기 때문이라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양생 다건은 의미 있는 글씨가 새겨져 있거나 고운 염색을 하여 다도의 운치를 더해주기도 한다. 나는 그냥 깨끗한 행주를 다건으로 쓰고 있다. 재질과 크기가 적당하기에 괜찮은 다건을 구할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


다호는 항상 다건으로 닦아 깨끗하게 관리한다. 한 사람의 다호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잘 닦고 관리하여 양생에 힘쓴 다호는 물 흐른 자국 없이 깨끗하고 반질거리며 빛난다. 양생 다건으로 다호를 닦고 있으면 내 마음도 함께 깨끗해지는 듯하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뜨려 깨지기도 하는 이 작고 단단한 다호는 다건으로 감싸 쥐고 마음을 모아 닦는다. 다호를 양생하며 '그래 마음을 이렇게 다루어야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손끝은 어느새 더 정성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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