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 수업 02. 차를 우리는 그릇, 다호
다도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다구(茶具)라고 부른다. 다구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중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다구 중에는 왕王이 있는데 다호(茶壺)라는 이름을 가진 주전자 모양의 그릇이다. 뜨거운 물을 담아 차를 우릴 때 쓴다. 왕답게 자리도 정중앙이며 그 위로는 함부로 손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다호의 뚜껑을 열고 닫을 때에는 다호 주변으로 둥글게 선을 그리며 손을 움직인다. 그 곡선은 다도를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다호에 물을 가득 채우면 꽤 무겁다. 무거운데 뜨겁기까지 하다. 그걸 한 손으로 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나와 도반들은 요리조리 손가락 춤을 추기도 했다. 그렇게 뜨거움과 무거움을 어느 정도 견디면서 다호를 든다. 다도에서 다호는 왕처럼 모셔야 하지만, 차를 우리는 사람은 그 뜨겁고 무거운 다호를 완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내게 있는 다기세트에는 손잡이가 길쭉한 다호가 들어있다. 그런데 수업에서는 고리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그림과 같은) 다호를 사용한다. 다행히 내게는 그러한 다호가 하나 있었다. 예전에 다원에서 보이차를 얻어 마시고 구입한 다호다. 또한 선생님께서 다호의 크기는 한 손으로 들고 따를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나의 다호는 한 손으로 들기에 다소 컸다. 그 핑계로 인사동에 달려가 손에 꼭 맞는 다호를 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저 '큰 다호로 연습하면 나중에 어떤 다호라도 잘 다룰 수 있겠지' 생각하고, 한동안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던 다호를 이제야 제대로 써보게 되어 내심 기쁘기도 했다. '하는 거 봐서 나중에 예쁜 다호 하나를 사주마.' 속으로 약속했고, 장비에 마음이 쏠리는 건 우리 수업 정신에 어긋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사려고 하는 마음을 접어두었다.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장비 구입은 천천히 해도 돼요. 우선 집에 굴러다니는 것을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무거워도 괜찮다. 무거운 것은 무겁지 않게, 가벼운 것은 가볍지 않게, 그렇게 다호를 들어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왕을 모시고, 그 무게까지 차분히 감당한다. 그럴 때면 내 마음도 그 빛을 닮아간다. 단단하게, 담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