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May 29. 2019

TGS에서는 시험 대신
보드 게임을 만들지!

그것도 왕좌의 게임(Game of the thrones)으로

THINK Global School(이하 TGS)에서는 배운 내용에 대한 습득 정도를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각자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고 그 과정을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궁금해하는 러닝 랩 매니저를 위해 소은님이 소개한 프로젝트는 바로 이것! 


<Game of Thrones: Vengeance>

<Game of Thrones: Vengeance>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라는 철학적 주제를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연결 지어 만든 보드게임입니다. 보드게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는 배운 것이 철학적 지식을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철학적 고민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소은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보드게임의 재료로 평소 제일 좋아하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사용했는데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캐릭터마다 같은 상황에 다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보드게임의 기본 바탕이 되었습니다.


정의도 다 같은 정의가 아니라고요. 아시겠어요?

소은님이 게임에 녹여낸 철학적 주제는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와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입니다. 응보적 정의의 관점에서는 범죄를 국가가 만든 법을 침해한 행위로 본다면, 회복적 정의는 범죄를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따라서 응보적 정의는 범죄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 행위에 적절하고 공정한 처벌이 무엇인지 찾고 처벌합니다. 반면, 회복적 정의는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회복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처벌 보다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책무를 지게 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묻습니다.

일러스트 © Lisk Feng

소은님은 이 두 가지 정의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관련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시스템의 근본적인 철학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호 보완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하거나 응보적 정의 후 회복적 정의로 나아가는 순차적인 형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스스로 구현하고 싶은 정의를 고민하는 보드게임 <Game of Thrones: Vengeance> 을 제작했습니다.


드라마가 어떻게 보드게임이 됐을까요? 정말 소은님이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졌을까요? 너무 궁금해서 직접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재판관이 되어 볼까

게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캐릭터에 따라 가지게 되는 파워 카드가 달라지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최대 7명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성은님은 동시에 모두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인물을 선택했고, 혜지님은 위기의 순간을 피해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을. 저는 불리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가진 캐릭터를 선택했어요. 왕좌의 게임을 보지 않았음에도 캐릭터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나와 비슷하거나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재미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중간을 지키는 것

캐릭터를 선택하면 세 장의 파워카드와 함께 Judgement meter와 말을 하나씩 갖게 됩니다. 내가 지금 왕좌를 잘 지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는 모두 재판관으로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그때마다 막대 위의 말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때, 다수의 의견을 낸 경우 해당하는 방향*으로 1칸을, 소수의 의견을 낸 경우 해당하는 방향으로 2칸을 움직여야 해요. 동률일 경우 주사위 던지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이동을 거듭해서 막대 밖으로 말이 벗어나게 되는 사람은 탈락합니다.

*PUNISH는 P / RECONCILE은 R

결국 끝까지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Judgement meter의 중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설계한 이유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가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가정하기 때문이에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늘 처벌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도 사회 회복의 관점에서 사건을 생각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은 모든 플레이어가 100장의 시나리오 카드를 모두 패스해 긴 밤을 함께 견디는 것 혹은 모든 플레이어를 게임에서 내쫓고 왕좌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심판을 시작하지 

앞서 우리는 모두 재판관으로 판결을 내린다고 말했는데요.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 때 각자 2장의 심판 카드(PUNISH/RECONCILE)를 가지며, 제시되는 상황에 처벌(PUNISH)할 것인지 회복할 기회를 줄 것인지(RECONCILE) 선택하며 판결합니다.


이런....
자신이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4명을 죽인 사건이 발생했네요.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하시겠어요?


이 사건에 플레이어들은 처벌이라는 심판을 내렸어요. 재미있는 점은 결정하기 전에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하기 위한 대화의 시간이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대화와 아무 말이 뒤섞인 재미있는 대화를 하게 됩니다.


세 번의 턴을 지나면 한 번의 Private Round가 있는데요. 이때는 심판에 대한 말을 할 수 없어요. 누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선택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할 기회죠! 이때, 서로 가진 판결 카드를 섞고 그중에서 하나의 카드를 가져가게 되는데, 운이 좋지 않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카드와 같은 판결 카드를 가질 수 있어요. 다음 턴부터는 실제 마음과 관계없이 무조건 하나의 판결만 내릴 수 있죠. (저는 영원히 PUNISH만 2장...자비 없는 사람 되어버렸답니다.)


그렇게 모든 룰을 익히고 게임에 몰입한 저희는 왕에게 돌을 던진 무고한 소년을 처벌하고 교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경멸해서 불태워버린 여왕을 용서하기도 하며, 판결을 거듭했습니다. Judgement meter의 끝과 끝을 오가면서요.


분명히 시작할 때는
전략적으로 다 쫓아내고
왕좌를 차지해야지!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막상 게임을 하다 보면 전략적으로 원래 생각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워낙 변수가 많아서 결국은 원래 내 생각과 가까운 판결을 내리게 되는 진실의 게임이랄까. 대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요(예를 들면 PUNISH 카드만 두 장 가지고 있을 경우). 이런 억울한 상황에서 나를 구제 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벤트 카드(EVENT CARD)입니다.

EVENT CARD

이벤트 카드는 Judgement meter에서 숫자 칸에 도착했을 때 랜덤하게 뽑는 보너스 카드로 숫자 1에서는 1장의 카드를, 위험부담이 높아지는 숫자 2에서는 2장의 카드를 갖게 됩니다. 카드의 힘을 사용하는 시기는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위기를 모면할 수도 다른 플레이어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파워 카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있어서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했습니다. 정말 밤을 새우면서 대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게임이었어요. 게임 설계부터 디자인 작업까지 모두 소은님이 직접 진행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함께한 게임에서는 소은님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는 것(하하).


온더레코드 속 <Game of Thrones : Vengeance>


정의에 대한 대화를 쉽게, 재미있게 해보고 싶은 분들은 온더레코드를 찾아주세요. <Game of Thrones: Vengeance> 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왕좌의 게임 좋아하는 분,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분, 그냥 궁금하신 분 모두 환영합니다. 친구들 손 잡고 온더레코드로 오세요! 


그리스에서 다음 학기를 시작한 소은님의 다음 과제는 '신화 쓰기'라는 소문이 있던데, 어떤 재미난 결과물이 또 탄생할지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글 : 러닝랩 매니저 문숙희



매주 수요일 온더레코드의 뉴스레터가 새로운 배움을 전합니다.

온더레코드의 소식이 궁금하거나, 자극이 필요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bit.ly/ontherecord-weekly

매거진의 이전글 #50. 온더레코드 뉴스레터, 1년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