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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Oct 02. 2019

ISEF 본상은 그냥 얻은 게 아니지

고3 뉴럴 액션(Neural Action) 이희준, 함종현

19세 새 탐구가 수연이에 이어 만난 10대는 뉴럴액션의 이희준(이하 희준), 함종현(이하 종현)입니다. 검색창에 ‘뉴럴액션'을 검색해보면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한국 대표팀, 10년 만의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 본상 수상 쾌거>와 같은 기사가 쏟아집니다. 어떤 프로젝트로 참여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상을 받게 되었는지 같은 과정보다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결과가 집중 조명됐죠.


2019년 6월 지식채널e <놀다 보니 세계 4등> (출처 : EBSCulture 유튜브)


2019년 6월 지식채널e <놀다 보니 세계 4등>은 뉴럴 액션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두 명의 고등학생은 언제, 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게 많습니다. ISEF은 그들 삶에서 하나의 과정이고 노력의 결과이자 또 다른 길로 나가는 시작점이니까요.


희준, 종현이를 만나기 전까지 ‘경진대회'는 치열하고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대회를 경험한 두 사람은 이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를 얻는 자리이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대회를 ‘실험을 계속할 힘을 얻는 곳’으로 정의하게 된 이들의 대화를 확인해보세요.


대회는 나침반 같은 것

희준 : ISEF은 여러 번 도전 끝에 나가게 된 대회예요. 처음 음악 플레이어를 개발해 참가했는데, 심사위원이 열심히 해서 만든 결과물이 음악 플레이어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다음 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했어요. 평가를 들을 때는 화가 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면 결국 도움이 돼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던지는 말속에서 유의미한 피드백을 캐치하는 거죠. 속으로 심사위원에게 이를 갈면서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하면서 몇 번을 도전했고 결국 ISEF까지 나가게 됐죠.


종현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도전했던 각종 대회에 떨어지고 붙는 과정을 지나와서 실제로 뉴럴액션을 개발했던 5년이라는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쌓인 맥락이 있어요. 처음엔 각각의 프로그램만 만들 줄 알았다면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다른 기술과 융합해야 한다는 걸 대회를 거치며 알게 되었죠.


희준 : 대회 자체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명확한 목표가 작업에 동기가 되기도 해요. 브레인스토밍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펼쳐놓고 기술 트렌드 중 AR과 VR을 향신료처럼 뿌려서 발전시켜요. 대회 기간이 짧기 때문에 기술을 알아보면서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아이템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요. 직접 해보면서 생각의 가지를 쳐나가죠. 자료가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한 기술이에요. 처음엔 증강현실 안경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우리가 직접 만들 게 아닌 것 같아서 안경을 구성하는 기능을 키보드, 시선 추적기, 위치추적기 등으로 나누었어요. 위치추적기 기술로 시작했지만 현실적이고 가장 임팩트 있는 기술을 고르다 보니 시선 추적기로 옮겨가게 되더라고요. 누가 손을 쓰지 않고 시선을 사용해 컴퓨터를 조작해야 할지 생각해보니 지체장애인 분들이 떠올랐어요.


사회문제로 초점을 맞추어도 해결해야 할 세상의 문제는 많지만 그중 시선 추적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았어요. 사실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인지,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심사 위원으로부터 중요한 피드백을 받고 나서야 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알게 되면서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더해졌어요. 면접 이후엔 심사위원과 따로 만나 의견을 구하기도 했죠. 보통 학교가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배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대회를 거치며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여러 가지 형태를 경험하면서 하고자 하는 바를 만들고 배우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학교 밖 동료를 만나는 곳

희준 : 과학고나 디지털 미디어고 같은 학교엔 저와 비슷한 레벨로 코딩하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는 않아요. 많은 친구들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편이라 코딩 실력이 뛰어난 친구를 찾기 쉽지 않죠. 보통 네트워크는 대학에서 상을 타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고등학생인 제게 ISEF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예요. 각 국가 대표가 모인거라 대회측에서도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와 자리를 충분히 제공했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한 친구의 친구들을 넓게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생기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받는 경험이 인상 깊었어요. 하지만 면접까지 가야 겨우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종현 : 맞아요. 면접 형태의 심사는 다른 사람들이 뭘 만들었는지 보지 못해요. 대신 ISEF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심사하는 포스트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보게 된 거죠. 우리 팀과도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발견에 버티면 언젠가 어디선가 만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심사과정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심지어 청소하는 분들도 스피치를 요청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고,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보여줬어요.



<배우는 법을 배우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추천의 말은 ‘배움에서 실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갖게 되며, 더 향상된 자기 조절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데요.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이 책이 떠올랐어요. 책에서 알려주는 배움의 기술을 경험을 통해 이미 습득한 느낌이랄까.


희준이는 대회에 나간 시점까지 코딩이나 공학적인 지식은 거의 마스터한 수준이었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사고하는 게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게 어려웠다고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고등학생이 지난 3년간 뉴럴 액션을 만들며 깨달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의 양 보다 밀도가 높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밀도 높은 경험은 내가 하고 싶은 관심사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그 반복 사이에 얻게 되는 배움을 잘 정리해 다음 시도에 써먹는 게 포인트죠. 희준, 종현이의 밀도 높은 경험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꼬리를 무는 배움

희준 : 시선 추적기술을 배우기로 하면 문제를 어떻게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공학적으로 쪼갤지 고민하며 시작해요. 많이 연습했죠. 필요한 배움을 얻는 재료는 매뉴얼이 대부분이라 인공지능을 써보고 싶다면 기술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다 살펴보고 인공지능에 대한 감이 잡힌 후에야 써먹을 곳을 찾아봐요. 매뉴얼의 언어가 영어와 코드뿐이어도 모르면 배우면 되고요. 인공지능이 만능이라며 다 갖다 붙여보기도 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된다는 걸 배웠어요. 우선 어떤 기술인지 배운 뒤에 추상화하고, 논리로 쪼개면서 해결해보고, 영상으로도 접근해보면서 접목해볼만한 다른 기술을 발견하고, 다시 공부하는 과정으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어요. 방향을 알면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고 배움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외우기보다  알기

희준 : 다시 하라고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지만 ISEF에 낸 결과물은 그때의 최선이었어요. 코딩이나 공학 부분을 거의 마스터했더라도 과학적으로 접근할 줄은 몰랐거든요. 가설- 실험- 분석으로 가는 순차적 과정은 알고 있었지만 결과를 보고 역으로 모델 문제인지 데이터 문제인지 의미를 추적할 수는 없었어요. 결과를 계속 분석하다 보면 능력이 쌓이겠죠. 지금 스스로 상태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야 발전이 있어요. 배웠다는 말 대신 결과물을 만들 때 해낸 일과 그 일의 범위 안에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해요. 배웠다는 건 어디까지 주관적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배움에 포함된 논리향을 완벽히 증명할 수도 없어요.


한국에선 배운다는 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수학을 풀 때 1+1=2라는 식을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1+1=이라는 식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나서 2라는 정답을 알았을 때에야 진정  배운 게 아닐까요? 과정을 읽는 것이 안되면 꼬리를 물고 해결해나갈 수 없어요. 제가 만난 어른 중엔 특정 기술이 필요한 데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버려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쪼개서 생각하지 못하더라고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꼬리를 물고 생각하면 답이 나올 수 있는데 말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 단순히 외우는 거예요. 그러면 수능은 외움의 척도지 논리의 척도는 아니라는 거죠. 수능 4개 틀린 학교 선배도 스티브잡스나 엘론머스크가 될 것 같진 않아요. 이 둘의 10대는 조금 미쳐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개발’이라는 관심사를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은 비교적 적습니다.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작업을 이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환경은 ‘필수요소’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고등학생 개발자로서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과 학교의 디지털 기기 보급률은 관심사를 지속하는 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는 아쉬운 수준입니다. 희준, 종현이 모두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죠.


그들에게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기회로 여겨집니다. 대학 소속으로 연구하는 것과 개인 개발자로서 연구하는 것은 정보의 접근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학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고, 혼자 하면 오래 걸릴 작업을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사람들을 활용해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도 합니다. 현재 시스템을 100%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한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직접 경험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희준, 종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작업은 내 집 같은 공간에서 내 사람들과

희준 : 힘들고 덥고 추운 바깥보단 집 안이 모든 게 다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감을 줘요. 업무도 인터넷, 메신저로 주로 해서 종현이와도 실제론 두 달 만에 만나는 거예요. 제 방 책상에 둔 모니터 2개, 하드는 10개는 24시간 가동하고 있어서 꼭 서버실에서 자는 것 같아요. 서버엔 데이터를 저장하기도 하고 개발도 바로 할 수 있어서 인터넷만 되면 어디든 집이 될 수 있죠. 분야의 특성이기도 한데 컴퓨터 하나만 들면 많은 제약들이 사라진다는 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제게 중요한 도구는 집을 개선할 수 있는 컴퓨터와 인터넷이에요. 한국이 갖춘 기본적인 기준에서 만족해요.


종현 : 제가 다니는 디지털 미디어 고등학교에선 IT 프로젝트실이 따로 있어서 창업이나 개발을 야자시간에 할 수 있어요. 다만 여기로 가는 대신 대학입시에 학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써야 하죠. 여기에 있는 학생에게 관련 행사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자유롭게 컴퓨터 쓰면서 하고 싶은 걸 맘껏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돼요. 인원이 전교생의 3-5%로 많지는 않아요.


희준 : ISEF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소사이어티에 평생 소속되어 이메일로 소식을 받아볼 수 있어요. 자원봉사나 통역가의 다른 역할로 대회에 다시 참여할 수 있죠. 그래서 점점 모든 참여자의 질이 높아지고 있어요. 저희 부스에 배정되었던 통역가도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으로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강조할 부분을 짚어주시기도 하고 빠르게 이해하고 전달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좋은 대학을 원하는 이유가 질 높은 소사이어티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선후배가 교류하는 시스템은 많은 공공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미국에서 참여한 학생들은 대학과 공동 연구한 사례가 많았어요. 연구를 위해 직접 3만 장의 얼굴을 찍었지만 택도 없었어요. 대학에는 이미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몇 천 만장의 얼굴 데이터가 있지만 쓸 수 없죠. 연구를 시작하려면 막일부터 해야 해요.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데이터를 쓰기보다는 축적하는 세대일 거예요. 배움의 기회와 환경을 얻기 위해 가는 거죠.



같으면서도 다른 다음을 상상하기

희준 : 지금은 입시공부에 집중하고 있어서 뉴럴액션은 작년 12월 말에 오픈소스를 공개한 이후로는 손을 뗐지만 계속 메일로 연락을 받고 있어요. 입시가 끝나면 다시 시작할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고양이 배식기나 애니메이션을 3D 가상현실로 만드는 것, 영어 텍스트를 바로 한글로 읽는 것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종현 : 학교 친구랑 국어시간에 인공지능이랑 비속어를 합쳐서 연구했는데 사업화할 수 있겠더라고요. 문장 안의 비속어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가려주는 기술을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돈도 벌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희준, 종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두 사람 참 다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개인용 서버를 구축하고 어디든 서버에 접속하면 집처럼 느껴져서 편안함을 느끼는 희준이는 개발 아이템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상상하고 결정합니다. ‘내’가 만족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먼저이죠. 반면, 한국디지털미디어고에 재학 중인 종현이는 평소에도 친구들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것에서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뉴럴 액션 두 명의 구성원은  같은 개발자이지만 동기 부여가 되는 포인트가 전혀 다릅니다. 희준이와 종현이는 각자를 CTO 유형의 사람, CEO 유형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팀의 구성원이자 개발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면서 작업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이 둘은 따로 또 같이 어떤 다음을 만들까요?


서로 다른 우리가 현명하게 일하는 방법

종현 : 학교가 다르다 보니 대회 준비할 때는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각자 떨어져 있을 때는 버전 관리 프로그램을 쓰면서 코드를 서로 업데이트하고 공유하면서 개발했어요. 팀뷰어를 보면서 서로의 상황에 맞으면서 업무를 하기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았죠.


희준 : 계획은 배타적으로 짜는 편이에요. 업무를 딱 반으로 나눠서 마찰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죠. 어른들과 일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더 현명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대인 친화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타적으로 일하면 편하지만 이해관계를 무 자르듯 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도, 일이 터졌을 때도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관리가 되지 않더라고요. 리더가 아니어도 서로의 상황을 잘 알고 신경 써줄 수 있는 친화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의견 충돌을 풀어나가는 게 아직은 어려워요.


종현 : 마케팅과 프레젠테이션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기술을 만들어도 홍보가 안되면 쓰는 사람이 없어서 의미를 잃으니까요. 홍보를 잘해서 널리 퍼트리고 싶어요.



우리는 확장하며 배우는 스타일

희준 : 하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냈을 때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컴퓨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실 세상에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컴퓨터는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누군가는 워드 문서를 만드는데 쓴다면 누군가는 게임이나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3D로 구현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많은 과학 분야 중 돈이 가장 적게 들고요. 더 어릴 땐 물리와 천문을 더 좋아했지만 물리는 수학 공부를 오래 해야 하고 천문은 좋은 망원경을 사야 하더라고요. 별 하나 보자고 유리를 일 년 동안 깎을 수도, 1년 동안 만든 망원경으로 10년 동안 공부해 별 하나를 찾을 수도 없었어요. 제게 맞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같은 시간에 컴퓨터로는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관심사에서 배움으로 가는 과정은 넓이를 우선으로 해요. 땅에 관심을 뿌려놓고 매력적이면 다 파보고 다시 올라와 땅에 씨앗을 뿌려요. 옛날 걸 다시 파면서 땅을 넓히기도 하죠. 그렇다고 동떨어진 새로운 분야에 가지는 않아요. 새로 만들고 싶은 게 있을 땐 땅을 넓게 보면서 나름의 논리로 골라 깊이 있게 살펴보는 과정을 되풀이해요. 지금은 다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땅을 넓히는 중이에요. 대학에서의 배움도 같은 기준으로 선택하게 될 거예요.


종현 :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잘 만들었는지 피드백받으면서 성장했다고 느끼거든요. 컴퓨터에서 새로운 게 나오면 세계 각지에서 연구를 시작해요. 저도 공부하고 있으면 이 세계화의 한 축에 선 역사의 산 증인 같아요. 그래서 IT분야가 좋아요. 아마 코딩을 한다면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은 배움을 확장하고 있어요. 컴퓨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인공지능만 있는 게 아니니 다양하고 넓게 보려고 해요. 미래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사업을 가꿔나가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돈은 많을수록 좋지!’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왜 좋은지,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막연하죠. 희준이와 종현이 역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가 특별합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두 사람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하고 증명하기까지의 실험하는 시간에 쓰일 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이를 ‘낭비할 돈'이라고 표현하며, 즐거워했어요.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낭비할 돈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두 번째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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