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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Dec 04. 2019

PBL에 정답은 없다지만,
질문은 필요하죠.

미래학교 컨퍼런스 DAY2 워크숍 기록

THINK Global School 교장인 Jamie Steckart(이하 제이미)와 진행한 미래학교 컨퍼런스에서는 PBL(Project Based Learning)이 왜 필요한지에 관해 이야기 했다면, 이튿날에는 실제 현장에서 PBL을 진행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부분들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PBL 연수’를 입력하면 교육청과 기업 그리고 교사 네트워크 등 다양한 곳에서 PBL을 이해하는 것부터 실제 수업을 설계하는 것까지 여러 단계의 연수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관 검색으로는 PBL 사례, PBL 수업 지도안, PBL 교수법이 검색되고 있고요. 그만큼 PBL에 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죠. 21세기를 살아갈 청소년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 기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는 PBL로 관심을 옮겼습니다.


PBL은 Project Based Learning의 줄임말입니다. 여기에서 ‘프로젝트’라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PBL이 학습자를 배움의 중심에 두는 방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사가 PBL의 구성요소와 단계 그리고 매번 다른 교실 환경에서 얼마나 유연하고 능숙하게 PBL을 설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교사는 좋은 사례나 콘텐츠를 살펴보는 것에서 나아가 PBL의 프레임 워크를 이해하고 지금 내 상황에 필요한 PBL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시도가 늘어난 지금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3개의 원이 맞닿을 때 완벽해지는 PBL

첫 번째 원 : 수업 설계에 고려해야 할 7가지 요소

미국 비영리 단체인 벅 교육협회(BIE, Buck Institute for Education)에서 제시한 ‘프로젝트 중심 학습 황금 기준(Gold Standard Project Based Learning)’은 PBL이 7가지 요소를 갖췄을 때, 학생이 핵심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며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도전할만한 문제나 질문
: 프로젝트는 도전 가능한 적당한 레벨이어야 하며, 의미 있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

지속적인 탐구
: 학생들은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찾고 정보를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실제성
: 프로젝트에 실제 세상의 맥락, 과제, 도구, 결과물의 기준이 포함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자체가 영향력 있거나 그들의 삶에 놓인 개인적인 문제나 관심사를 담아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와 선택
: 학생들은 어떻게 일할 것인지와 무엇을 만들 것인지 같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성찰
: 학생과 교사는 그들의 배움과 질문 및 프로젝트 활동의 효과와 학생이 수행한 작업의 퀄리티를 되짚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물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비판 및 수정
: 학생들은 그들의 과정과 결과물을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적용해야 한다.  

프로젝트 공개
: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설명, 전시, 발표를 통해 교실 밖 청중에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원 : PBL을 진행하는 교사가 갖춰야 할 7가지 요소

학생들이 더 나은 수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교사 측면에서 필요한 요소를 모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수업을 설계하는 교사가 수업 방식을 PBL로 전환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어느 시점에서는 학생을 믿고 교실을 통제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의 역할이 학생에게 자율성을 주고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촉진자로 바뀐 것이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맥락에서 교사의 역할과 가르치는 방식이 재구성되어야 하죠. BIE는 교사들이 그들의 PBL을 측정하고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Gold Circle을 함께 제시합니다.

디자인과 계획
: 교사는 자신과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적용해야 하며, 프로젝트 시작부터 정점까지 학생들의 선택과 목소리를 계획에 일정 수준 이상 반영해야 한다.

기준과 연결 짓기
: 교사는 달성 목표를 세우고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핵심 지식, 또는 교과와의 연결지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문화 만들기
: 교사는 열린 질문을 던지고 팀워크와 결과물의 퀄리티에 주목하며 명시적인 방법과 암시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의 독립과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활동 관리
: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는 과제와 일정을 관리하고 중간 점검 일정과 최종 기한을 설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자료를 찾고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소개하는 과정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에 디딤돌 세우기
: 교사는 다양한 수업, 도구 그리고 수업 전략을 사용해 모든 학생이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을 평가하기
: 교사는 팀과 개인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그리고 성공 기술을 스스로 / 동료 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참여하고 지도하기
: 교사는 학생 곁에서 배움과 창조의 과정에 참여하며 그들이 기술을 쌓았을 때, 방향을 전환할 때, 격려와 축하가 필요할 때를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 원 : PBL을 지원하는 생태계(Ecosystem)

첫 번째 서클은 PBL이 갖춰야 할 요소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두 번째 서클은 이를 위해 교사가 어떻게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좋은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잘 설계된 수업과 훌륭한 교사만으로는 현장에서 PBL을 일반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교사의 개인기나 열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생길 수 있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제도적인 지원과 학부모의 지지 등 PBL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생태계(Ecosystem)가 필요합니다. 제이미는 이를 세 번째 서클이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아직 세 번째 서클이 명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주변 환경이 PBL의 필요성을 공감할 때 그 효과는 더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단계를 넘나들수록 정교해지는 PBL

PBL은 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1단계는 교사가 학생의 참여를 이끌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는 학생의 프로젝트 평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교사와 학생이 논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디자인합니다. 3단계는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직접 평가합니다. 


워크숍 장표 중 PBL의 세 단계를 표현하는 장표 (c)Jamie Steckart


각 단계를 설명하며 여러 번 등장한 단어는 ‘자율성(Autonomy)’입니다.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적인가의 기준이 아닌 교사와 학생 중 누구에게 얼마나 통제권(Control)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나눈 것은 학생들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수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장에서 PBL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면 이 구분이 새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흥미로운 지점은 세 개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개념을 심화하는 A프로젝트는 3단계 레벨로 진행한다면, B프로젝트는 다루는 주제는 수준이 높아 1단계로 진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고요. 즉, 각 단계가 존재하고 상황마다 프로젝트마다 개인마다 필요한 PBL의 단계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학습자 중심 학습을 이야기 할 때 개인 맞춤형 학습 얘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PBL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고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교사는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허시와 블랜차드(Hersey & Blanchard)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은 리더의 행동을 지시적, 지지적 두 축으로 분류하고 상황요인으로 부하 직원의 성숙도를 고려했는데요. 

Hersey와 Blanchard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

직원의 성숙도에 따라 지시형(S1), 설득형(S2), 참여형(S3), 위임형(S4) 네 개의 리더십 유형 중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그 효과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를 PBL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교사의 성향과 능력이 위임형에 적합할지라도 학생이 PBL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일 때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학생의 상태와 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PBL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이미가 워크숍을 진행하며, 프로젝트 퀄리티와 시간의 관계를 도식화 하는 모습

PBL을 진행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또 한 가지는 단번에 훌륭한 프로젝트가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간이 드는 일이고 일정한 선형을 그리며 성장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 백지상태의 신입생이 입학하거나 교사의 역할이 바뀌는 등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떨어졌다 높아짐을 반복하죠. 하지만 결국 점점 좋아질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 차원에서의 이해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성취를 바라기보다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PBL이 정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과 명확한 성취 기준에서 시작하는 PBL의 차이 

PBL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한 첫 번째는 '좋은 질문(Driving Question)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질문은 던지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하며, 정해진 답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달성해야 하는 기준과 맞닿아 있어야 하죠. 따라서 같은 주제를 놓고 배우더라도 앞서 이야기한 PBL의 단계에 따라 질문은 다르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각 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흥미와 참여를 느낄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1단계는 프로젝트의 훌륭함이 무엇인지 기준을 알아낼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하고 2단계는 질문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3단계에서는 질문을 넘어서는 가치를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그 층위를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하죠.


두 번째는 '명확한 성취 기준(Learning Target)을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정말 많은 활동을 했는데, 그래서 어떤 부분이 성장했지?’하는 질문이 남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경험을 한 이후 병렬적으로 나열된 활동을 다시 꿰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시작할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TGS에서 제시하는 21세기 러닝 타겟


TGS에서는 위와 같이 21세기에 배워야 할 역량을 제시하고 이 아래에 총 122개의 러닝 타겟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프로젝트마다 어떤 러닝 타겟을 어떤 수준(초보자/전문가/마스터 중)으로 달성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점수를 매기지 않고 성장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든 것입니다. TGS에서는 학생들이 모든 러닝 타겟을 마스터 수준으로 달성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대신 70%의 러닝 타겟에 대해 전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은 이런 구조 속에서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리며 성장하는데, 같은 프로젝트를 팀으로 진행하더라도 설정하는 러닝 타겟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맡은 역할이 다르거나 이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각기 다른 성취를 확인하는 과정에는 교사의 면밀한 관찰과 학생과의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TGS에서는 교사가 주로 어드바이저의 역할을 합니다. 함께 측정 방법과 결과물을 고민하고 타임라인을 정비하고 중간 점검을 합니다. 일주일에 12시간을 들여 학생의 발달 경로를 추적하거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교 밖의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죠. 성공적인 PBL이 진행되기 위한 방법은 좋은 질문(Driving Question)과 학습 목표(Learning Targets)를 두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필요한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TGS의 평가 방식이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을 선택하거나 보편화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 진로를 고려하는 학생들에게는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TGS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의 평가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치환한 성적표를 제공합니다. 학생과 실제 세계 사이의 통역이 필요한 부분에 통역사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학생이 TGS 출신임을 밝히는 게 어렵지 않도록 학교 프로필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전달합니다. 당장 모든 학교가 TGS처럼 될 수 없으며,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생각보다 느립니다. 이 과도기 속에서 PBL이 일반적인 교육 방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당분간은 필요합니다.



글. C Program 러닝펀드 매니저 문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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