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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Dec 04. 2019

학교는 어떻게 미래로 갈 수 있을까

미래학교 컨퍼런스 DAY1. 컨퍼런스 기록

C Program은 지난 5년간 러닝펀드를 통해 20여 건의 실험에 투자해 왔습니다. 그동안 미래교육에 대한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변화는 더디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미래교육의 ‘방향’에 관한 대화에서 한 단계 내려와 미래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정의와 익숙한 모습에서 달라질지라도 학교라는 커뮤니티와 학생, 조력자로서의 교사는 미래 교육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래학교 컨퍼런스의 첫자리는 THINK Global School(TGS)의 대표 Jamie Steckart와 함께했습니다. 


12년 후, 여러분의 자녀가 학교를 졸업할 때
꼭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스킬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떤 스킬을 떠올렸나요? 컨퍼런스 현장에 모인 분들의 답은 소통, 협업, 공감이었습니다. 과연 지금 여러분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이 세 가지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곳인가요? 미래 학교에 대한 영감과 PBL에 대한 실마리를 TGS의 사례로 알아봅니다. TGS가 추구하는 학생의 성장과, 성장을 만드는 배움의 요소, 요소의 근거가 되는 이론적 배경에 대한 생생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최대한 전문을 옮깁니다. 



TGS의 시작


Jamie : TGS의 시작은 1998년 세인트폴 학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7일에서 35일까지 학교 밖에서 교육하는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을 담당하는 기관인 아웃워드 바운드(Outward Bound)에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세인트폴 학교와 연계한 체험형 교육을 학교 밖에서 진행했죠. 세인트폴 학교는 5만 3천 명의 학생, 5천5백 명의 교수진이 있는 큰 규모의 학교라 기존의 학습 체계 안에서 학교 밖 교육을 해보는 실험의 기회였습니다. 학교에서 이 철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학교를 만들었고, 지금의 TGS와 매우 닮았습니다. 10주를 1학기로 총 4학기로 구성해 40명의 학생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했습니다. 18년 동안 매 여행마다 35시간씩 운전하며 학생과 교실 밖으로 나갔죠. 전혀 다른 형태의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원칙은 2014년 TGS의 변화를 만들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학생을 지지하고, 물리적으로 안전하고, 감정적으로 건강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금의 학교를 살펴봐도 세 가지 가정이 지켜지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집중해서 들여다본 건 더 많은 학생의 참여도입니다. 


학생의 참여도에 대한 통계를 들여다보면, 배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참여도가 낮은 학생에 비해 학교 성적 및 다른 활동 영역에서 큰 차이로 높은 수치를 나타냅니다. 2016년 갤럽에서 낸 조사도 흥미로운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이 초등학교 5학년 땐 75%였다가 고2가 되면 32%로 떨어집니다.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전체의 35%에 달하죠. 대부분의 학생은 참여도가 낮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있습니다. 만약 교사라면 교실에서 세명 중 한 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분입니다. 이렇게 고3까지 계속 낮아지던 참여도는 졸업 이후 오릅니다. 이제 학교를 벗어나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 해볼 수 있다고 느끼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과연 학생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는 정말 없는 걸까요? 1998년엔 저의 재미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2014년엔 TGS의 변화를 뒷받침할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경험학습, 뇌 발달 기반 이론, 아동 사춘기 발달이론, 능동적 학습의 몰입도 향상과 참여율 향상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죠. 




학교를 만드는 요소들  


내재적 동기가 만드는 주도성  

Jamie : 기존의 학교는 스키너 (B.F Skinner)의 행동주의 이론을 따라 긍정 또는 부정적인 보상을 기반으로 학교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원하는 행동을 하면 좋은 성적을 주는 식이죠. 최근 동기 이론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보면 반복되는 기초적인 과제에는 외부의 보상이나 처벌이 효과가 있지만, 고차원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제를 해내는 과정에서 처벌은 오히려 행동을 제약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말에 따르면 자율성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과제를 해내면 내재된 동기가 더 향상되고 결과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재된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외부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간단한 방법과는 달리 좀 더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TGS는 자율성, 목적의식, 숙달도를 기반으로 체계를 만들어 돕고 있습니다. 


주도성의 정의를 다시 보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도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아동발달이론 측면에서 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춘기 아이들보다도 훨씬 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과연 청소년이 더 많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TGS는 그런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각자가 처한 문제와 상황에서 나와 빠르게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여기에 협업하기, 질문하기, 실패하기는 주도성을 만드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현 시스템에서 실패는 학생에게 악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세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느끼죠. 실패의 위험부담이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위험도 감수하지 않게 됩니다. 



인지 발달과 배움의 상관관계  

Jamie : 뇌는 태어나자마자부터 자라기 시작해 어린 시절에 대부분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10년 동안의 연구는 뇌의 제2의 발달단계를 발견해냈습니다. 특히 11-14세에 정서를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부터 전두엽까지 뇌의 신경 경로가 큰 폭으로 발달합니다.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 해결 등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며 다른 연합 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절합니다. 9세에서 20세까지 신경 경로가 발달되는 모습을 보면 17세가 되어야 대뇌변연계부터 전두엽까지 신경 경로가 정착되기 시작해 20세에 완성됩니다. 이 또한 평균치일 뿐 각각의 아이들마다 뇌가 발달하는 시퀀스는 다 다릅니다. 중학생을 가르쳐본 분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과 말을 할 때를 마주한 적이 있을 겁니다. 어른처럼 보이는 몸과는 달리 뇌는 어른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뇌를 가진 청소년에게 어른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체계, 표준화된 커리큘럼은 학생의 성장에 효과적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뇌 발달 상태에 맞는 개인화된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경험 기반의 학습에 있습니다. 


경험은 뇌의 신경회로를 빠르게 발달시킵니다. 경험하고 관찰하고 개념을 만들고 실험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기억이 만들어지는데, 이 기억은 저장 공간이 부족하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교육자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또는 학생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킬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경험은 정서를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가장 먼저 자극한 뒤 추상적인 개념화가 가능한 전두엽을 자극합니다. 경험 기반 학습을 하게 되면 뇌의 전체를 사용하는 거죠. 일반적인 교수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한 가지는 스트레스입니다. 만성 스트레스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청소년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경쟁적인 환경에서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장애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뇌세포가 오가는 통로인 시냅스를 망가뜨려서 밖에서 보면 제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예전엔 불량 청소년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면, 지금은 경쟁적인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해요. 



사회의 변화 속에서 Z세대를 위한 배움은?

Jamie : AI, 가상현실이 나타나고 많은 사회적 조건이 바뀌고 있습니다. Z세대는 단기나 임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 환경에 노출되어있고, 인구는 계속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술과 맞물려 돌아가는 혼란스러운 변화에 분명 다른 스킬이 필요합니다. Z세대가 무엇을 배우고 좋아하는지 연구한 자료에서 대부분 친구들과 직접 해보고, 이야기하고, 도우며 배우길 원합니다. 단, 12%만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12%밖에 없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교사는 엔터테이너가 되거나 권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교실에선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협력해서 문제를 풀고 팀으로 성적을 받기보단 개별로 성적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동시에 다양한 문화, 다양한 시간대에서 일하며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읽고 학생이 좋아하는 환경을 교실로 가져오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경쟁에서 이기기보다는 롤모델이 되기를

Jamie : 여러분은 롤모델이 있나요? 서로 관찰하며 배우는 우리에겐 세대 간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이 문장을 뒷받침하는 비고츠키의 이론은 하나의 교실엔 같은 연령대보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모여 학습해야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2010년 만들어진 TGS는 2014년에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2012년에 도입한 국제 학위 체계 IB제도(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빠르게 없애라는 과제가 있었죠. 낙제율이 25%에 달하는 체계에서 패스하기 위한 2년의 준비 기간 동안 학생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TGS는 다시 학교의 미션으로 돌아갑니다. 멋진 가치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상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미션을 재구성하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할 것이고, 지금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IB는 그 자체로 나쁜 제도는 아니었지만, TGS의 미션을 달성하는 데에는 장애 요소라는 점이 분명해졌고 미션을 바꾸느냐, 프로그램을 바꾸느냐의 갈림길에서 조직의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에 두꺼운 낯짝과 깊은 신념이 필요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여행학교로서 TGS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와 장소 기반의 경험 위주의 프로그램은 지금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고 자부합니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가지고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학생을 양성하고 있죠. TGS의 학생은 더 이상 점수를 쫓아가지 않습니다. IB제도 아래의 프로그램에선 완벽한 점수를 얻기 위해 숫자만 쫓았지만, 지금 고3 학생들은 후배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고향이나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유의미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 미션이니까요. 내 아이를 하버드에 보내고 싶다면 TGS는 잘못된 선택입니다. 물론 하버드에 가는 졸업생은 있지만 학교의 목표는 거기에 있지 않거든요. 



모두가 믿는 하나의 핵심가치와 기준

Jamie :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소명의식은 청소년기에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학교는 여기에 학습 경험과 사회 정서적 학습,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참여에 대한 타당성, 이유, 당위성을 연결합니다. 그러면 학생은 평생 가지고 갈 열정이라는 동력을 갖게 되죠.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배움을 제공한다는 TGS의 가치가 이 모든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치를 함께 믿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오래갈 수 있다는 저의 믿음과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험’이라는 가치에서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모험은 자율성 아래서 가능하고, 사람들을 동기 부여하는 첫 번째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TGS의 교사도 학생도 스스로 열정이 있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자신만의 표준과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도 학교만의 핵심가치와 모두가 이해할 쉬운 표준과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블룸의 분류(Bloom’s Taxamony)를 아시나요? 아마 이론은 알지만 실행해본 적은 없을 거예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배움을 시작하며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지식을 측정하고 기억하는 ‘초보’ 단계에 머무릅니다. 그중 소수의 학생들이 기억한 지식을 적용하고 분석해 위로 올라가는데 이때 ‘전문가’ 단계라고 정의합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마스터’라고 정의합니다. 전혀 어렵지 않은 딱 하나의 장표로 정의되는 쉬운 규칙입니다. 교사들이 시간을 써가며 외울 필요도 없고 3단계를 구분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초보인지 마스터인지는 정보만 아는데 그치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니까요. 




TGS, 체인지메이커 교육과정으로


Project & Place Based Learning을 사회 속에서 실현하도록

Jamie : TGS는 프로젝트 기반, 장소 기반, 사회적 정서를 기르는 학습의 세 가지를 적용한 체인지 메이커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고향인 멕시코시티의 빈곤층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억 톤의 컵이 버려지는 스타벅스에서 자원을 구해 주택 재료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5번 정도 실패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도권 학교에서는 지속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교사진도 이 프로젝트에 1천5백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르는 일에 투자하는 건 벤처 캐피털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도 교사도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죠. 제가 잠시 둘러본 한국의 도시 안에서도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학생이 교실 밖으로 나갔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상상 밖으로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일은 지역의 좋은 자산으로 활용되거나 학생이 리더가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학업 성취도도 높아지죠. 많은 사람들이 외부 프로젝트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가치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던 컬트 한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경험은 순간의 배움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Project & Place Based Learning을 사회 속에서 해보는 전략을 바탕으로 TGS는 러닝타깃(Learning Target)을 설정했습니다. 학교에서 길러야 하는 역량들의 묶음이자 21세기 스킬과도 맞닿아있죠. 모든 프로젝트는 얻고자 하는 러닝 타깃을 선택해야 하고 그 안에 측정 기준이 있습니다. 여러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초보, 전문가, 마스터까지 3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목표는 70%의 러닝 타깃에 대해 2단계인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약한 부분에 시간을 쏟으며 자존감을 낮추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서 자신감을 높여가도록요. 상담 교사가 일주일에 12시간씩 학생 가까이에 머무르며 학생의 발달 경로를 추적합니다. 



8년 간의 연구 

Jamie : 최근 1천5백 명의 학생을 전통적인 학교와 진보적인 학교에 무작위로 배정하고 대학에 갔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졸업 후 4년까지 더 살펴보는 총 ‘8년 간의 연구’를 살펴봤습니다. 진보적인 학교에 있었던 실험군의 학생들은 대학교 과정에서 외국어 습득이라는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뛰어났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전통적인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에 비해 높은 행복감을 나타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갖춰진 전통적인 교육체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거죠. 현재 TGS의 성장 연구는 자율성도, 소속감도 모두 높아졌습니다. 외재적 동기는 낮아지고 내재적 동기는 높아졌습니다. 그 차이는 점점 더 커지며 내재적 동기가 높아지고 있죠. IB보다 더 난이도 있는, 더 복잡한 과제에도 긍정적인 지표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TGS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TGS와 같은 학교를 또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자리에서 커뮤니티, 지역사회와 연결점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여러분만의 학교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한국의 교육자가 던지는 질문 


Q. 현재 학교 제도가 실패를 장려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과거의 경험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학생에게 다시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Jamie : 기존의 학교라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TGS에 오기 전까지 이미 9년에서 10년 가까이 학교라는 체계를 경험하는 기간 동안 호기심을 잃었을 테니까요. 학생의 몰입도와 참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죠. 결국 학생이 스스로 깨닫고 고쳐야 합니다. TGS에서는 첫 10개월 간 학생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첫 두 학기 가량은 프로젝트도 아주 실망스러운 수준이겠지만, 기다려야 해요. 이전 학교에서 얻은 경험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요. 이때 표면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 스스로 (흥미와 동력을) 찾기 시작해요. 본인의 프로젝트가 엉망이라는 것도 교사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발표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됩니다. 기회가 없으면 개선의 기회도 없습니다.


Q. 첫 두 학기가량은 실망스러운 프로젝트에도 인내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좋은 PBL과 그렇지 못한 PBL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Jamie :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좋은 PBL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낮은 단계에서는 모든 학생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학생이 직접 주제에 맞는 질문(driving question)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때 교사는 주제를 큐레이션하고 학생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살피면서, 학생이 스스로 최대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학생이 스스로 프로젝트의 수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Q. 앞서 TGS와 같은 학교의 철학에 동의하는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숨겨져 있는 마인드셋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Jamie : 최종 단계까지 학생과 부모가 같이 1회에 1시간가량 총 6번의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초반 과정의 50%는 부모와 교사가 이야기 나누면서 부모와 학생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확인하고 이후에 학생과 교사가 대화를 나눕니다.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합격을 측정하는 지표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인터뷰 이후에 던지는 질문들이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학생이 우수해도 입학할 수 없습니다. 입학은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하기 때문이죠. TGS에선 학생 모두가 함께 살기 때문에 잠시 숨기는 것도 곧 드러납니다. 그래서 관리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어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입학할 수 없습니다. 7주 과정에 5주간의 휴식이 반복되는 과정도 빠듯한 과정을 소화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의도한 교육과정 설계 중 하나입니다. TGS의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는 교사진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선 꼭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Q. TGS와 같은 학교의 철학에 동의하는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하더라도, 교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교사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Jamie : TGS의 교사라면 두 달마다 새로운 도시에 가서 매주 70~80시간 근무하게 됩니다. 엄청난 적응력과 유연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죠. 학교에서 적응을 위한 많은 도움을 주지만 항상 도움을 줘야 하는 직원이라면 TGS에 맞지 않습니다. 


Q. 교사로서 연결자(connector)나 촉진자(catalyst)의 역할과 TGS의 구성원으로서 마인드셋을 어떻게 일치시키나요? 

Jamie : 보통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열정을 물어보면 과목을 답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 학생들의 열정을 끌어올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만약 스스로 실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미션이 뚜렷한 경우엔 TGS에 맞지 않습니다. 주로 하게 될 일은 잘 듣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큰 관심이 없는 분이 좋습니다.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친구여선 안 되는 것처럼요. 



Q. TGS의 비디오나 사진을 보며 항상 자유로운 모습에 놀라면서도 학교를 구성하는 가장 아래를 보면 엄격한 규칙, 가치관, 우수한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이런 균형이 TGS를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또 다른 프로그램인 메트스쿨의 빅픽처러닝(Big Picture Learning)과 비교해보면, TGS는 전 세계를 짧게 여행하기 때문에 구축하기 어려운 지역 공동체와의 장기적인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amie : 메트스쿨을 만든 창립자와는 함께 일한 오랜 동료라 잘 알고 있습니다. 메트스쿨은 같은 스타일의 교육을 오래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TGS처럼 학생들과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경우 인지력도 관계 구축도 더 압축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집니다. 한 곳에 머물렀을 때는 얻지 못했던 것들이죠. TGS가 방문하는 12개의 국가와는 장기적이진 않지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방문 1년 전부터 현지인들과 관계 구축을 시작해 다시 돌아온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학생들은 바뀌지만 반복하며 같은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만나며 심층적인 관계를 맺는 거죠. TGS를 포함해 혁신을 만드는 다양한 학교들은 한 부족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같은 원칙에 기반해 설립되었습니다.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죠. TGS가 특별한 건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이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납니다. 동일한 환경,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만 세계가 발전해가는 방향을 볼 때, 글로벌한 환경에서 행동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학생들이 도시에 오기 전부터 구축한 관계 덕에 바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학생들의 요구, 이전 경험, 교사의 의견 중 어떤 것에 의해 결정되나요? 

Jamie : 멜버른에는 원주민과 함께 작업하는 학교에서 제도적 차별을 배울 수 있도록 관계를 맺었습니다. 학생들이 배웠으면 하는 주제를 교사가 선택하기도 하지만 50%는 학생이 먼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생깁니다. 교사와 학생의 의견의 비율이 50:50을 이루면, 한 집단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과 학생의 호기심을 기르는 목표를 이루는데 좋은 균형이죠. 



Q. TGS처럼 같은 작은 규모 학교와 비교해 학생이 1000명 이상인 큰 학교에서는 PBL을 어떻게 추진하는 게 좋을까요? 

Jamie : TGS는 한 가지에 올인해야 합니다. 2개를 동시에 해볼 수는 없죠. 반면 큰 학교는 역할을 나누어 큰 규모의 실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학교 운영은 경영진이, 교사는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면서 학생마다 하고 싶은 PBL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택지에 다른 선택지를 같이 제공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학교 전체를 하루 만에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리스크도 적죠. 


Q. 규모와 상관없이 PBL을 설득하기 위해 교사들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TGS에는 어떤 배경의 교사들이 일하고 있나요? 교사 간의 협력의 규칙도 궁금합니다. 

Jamie : 나라마다, 과목마다 다른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다른 기관이나 학교에서 TGS를 방문해 자신을 소개할 때 과목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나는 TGS 교사입니다.’라고 소개하죠. TGS 교사라면 누구나 언제든 다른 교사를 대신해서 교육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이런 인적 자원 모델은 소프트웨어 회사나 군의 특수팀에서 많이 쓰죠.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사람들입니다. TGS가 IB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프로그램으로 변화할 때 뜻에 동의한 교사를 중심으로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후에 세계에서 다양한 교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미션에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Q.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때, TGS 교사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팀이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교육자라는 사실을 지우고 장면만 봤다면 스타트업 직원인 줄 알았을 거예요. 어떤 전술을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기법과 차별점이 효율적인 협업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Jamie :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계약 단계에서 ‘Full Value Contract’를 합니다. 즉, 관습과 요구사항을 서로 검토하면서 상호작용 방식에 대해 함께 평가합니다. 학교에서 던지는 질문은 최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과, 장애 요소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적도록 합니다. 학생도 동일한 과정을 거칩니다. 학생은 교장에게 언제든 안전한 환경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완전히 제거하고 긍정적인 위험 부담 능력을 갖추는 과정 중 하나죠. 물론 사람들의 실수도 감내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환경이나 문화는 국가를 오가며 서로 의지해야 하는 환경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만들기에 학생회나 교사위원회의 협업과 지지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나의 예로, 저는 우수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채용한 후엔 완전히 신뢰합니다. 더 이상 평가하지 않는 거죠. 인재를 학교에 영입하고 훈련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Q. 협업과 관련해서 말씀하시면서 캘린더를 보여주셨어요. 도움이 많이 되셨다고요. 

Jamie : 캘린더에 일정이 적혀있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일정으로 간주했어요. 캘린더를 공유하는 건 캘린더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에요. 제 캘린더는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어서 학생이 저와 미팅하고 싶을 땐 일정에 초대하죠. 개인 시간을 갖고자 비워두고 표시하지 않았다면, 그건 모두의 시간이에요. 


Q. TGS는 학생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고 대표로서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Jamie : IB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교사에게 ‘만약 이 변화가 잘못된다면 제 탓을 하면 됩니다. 책임도 모두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부담은 각자에게 있을 테니 우리 모두 최대한 열심히 해보자.’고 이야기하며 하나씩 변화시켜나갔죠. 학생들은 AP 시험은 칠 수 있지만 수업은 제공하지 않았어요. 학부모의 반발에도 5주간의 방학을 들며 요청을 거절했죠. 교육과정 변화 후 두 번째 학기의 프로젝트의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때 교사들은 모두 풀이 죽었고요. 하지만 저는 다음 학기에는 훨씬 더 나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도 있었어요. 마치 주변에서 실패를 예견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걸 걱정하는 분들이었죠. 결과적으론 제가 믿었던 것처럼 성공적이었어요. TGS학생 13명이 본 AP 시험의 합격률은 미국 평균 합격률 55%를 뛰어넘는 75%였고 쇼케이스는 텀을 거듭할수록 좋아져서 다녀간 많은 분들이 감동했죠. 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했던 대학에 입학했고요. 이게 제 성공의 예시입니다. 이젠 TGS 프로그램의 모델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성공하지 못했다면 학생들이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Q. 학생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Jamie : 학생마다 다를 테지만, 어떤 학생은 학교에 알리지 않고도 인턴십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주도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고 누군가에겐 성공이겠죠. 규정에 막혀 원하는 인턴십을 할 수 없는 경우 규정을 바꾸는 것부터 시도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 성공은 또 다른 의미일 거예요. 시험 점수보다는 여러분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달성하고 측정해야 합니다. 


Q. 학생이 어떤 삶을 살고 싶고 그 삶을 얻기 위한 모험을 스스로 해가는 것이 성공의 정의가 아닐까요? 

Jamie : 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보통 교육과정에 너무 집중해서 데이터에 집착하고 숫자가 맞는지 틀렸는지를 보게 되는데, 오히려 저는 발표에서 소명의식, 주도성, 자율성을 이야기했죠. 제가 성공을 측정한다면 학생이 TGS를 졸업했을 때 얼마나 주도성을 가지고 있는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내가 평생 봐왔던 것보다 지난 1년간 더 많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학생에게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만을 묻습니다. 이 두 가지 답을 구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TGS는 공감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정말 놀라운 곳이 될 거예요. 



미래학교 컨퍼런스에서의 대화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미래학교컨퍼런스 (1) 강연 :  https://youtu.be/XjJ7y3flapk

미래학교컨퍼런스 (2) 질의응답 : https://youtu.be/HyMwHUoGcHs



TGS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온더레코드 브런치에서 발행한 지난 글을 읽어보세요. 


편집.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황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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