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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09. 2020

세상에 없던 대학, 새로운 선택지

[책첵토크] 대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2)

책첵토크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또는 자료를 보고 대화하는 자리로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사고하는 호스트와 함께합니다. 이번 첵책토크에서는 '대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를 주제로 다양한  분들을 만나 세 번에 걸쳐, 오늘날의  대학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 대화에서 우리는 대2병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나눠본 후 대학교육에 대한 아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대화에 이어 오늘은 kbs다큐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1부) 세상에 없던 대학>를 본 후 또 다른 선택지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의 기록을 전합니다.

*첫날의 대화가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ontherecord/217를 참고하세요!



'물고기 한 마리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탈무드의 격언 중 어쩌면 가장 잘 알려진 한 문장인 것 같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한 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온 학생들 중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요? 물고기를 잡기는커녕 여기서 물고기를 잡아도 되는 건지, 자신이 물고기를 잡고 싶긴 한 건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혼란이 대 2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배움을 오늘의 대학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걸까요?


함께 본 작품

출처. kbs 다큐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1부) 세상에 없던 교육. kbs다큐 kbs다큐 

대화 전 나누어본 다큐멘터리에서는 4차 산업 혁명시대, 세상과 좀 더 가까이에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세 대학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 사례로 등장한 다큐멘터리에선 미네르바 스쿨과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PaTI) 중 현재 MTA KOREA에 계신 참여자 분과 PaTI에 재학 중인 분이 계셔 MTA와 PaTI에 대한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오늘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with MTA Korea 팀

출처. kbs 다큐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1부) 세상에 없던 교육


Q1. 지식이 채워지지 않은 창의성은 허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 지식이 충족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MTA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의 지식을 축적하고 학생을 평가하시나요?


MTA는 스페인 몬드라곤 종합대학의 경영학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몬드라곤 대학에서 앙트러프러너들이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제공을 하고 있고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1년에 2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배울 수 있도록 사회의 실제 전문가들과 연결하는 등의 혁신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법학대학 교수에게 법을 배웠다면 지금은 기업 전문 변호사를 만나 법률 자문을 받고, 회계사를 만나 회계자문을 받는 등 실무자분들을 만나 조언을 얻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식을 채워주기보다는 스스로 자극을 받아 지식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네트워크를 서포트합니다. 그리고 평가는 팀을 이룬 학생들이 서로 동료 평가를 하고 360도 피드백을 하는 등 서로서로의 점수를 매깁니다.


Q2. 타 대학에 다양한 학부가 있는 것과 달리 앙트러프러너십을 키우는 데에 집중돼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앙트러프러너를 만드는 것은 목표이기도 하지만 수단에 더 가깝습니다. 왜 창업을 기반으로 할까? 왜 학생들을 해외로 나가게 할까? 하는 데에는 같은 목적이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키우기 위해 세상을 직접 보고 부딪히는 것에 창업을 도구로 활용합니다. 창업 전문, 창업 선도대학이기보다는 창업을 도구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학교입니다.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는 '팀프러너십(팀+앙트러프러너십)'인데, 굉장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개인이 프로젝트를 하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MTA에서 강조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모여 비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팀으로 변화를 만드는 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그런 역량을 키워 사회로 나가도록 하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Q3.MTA 에서는 4년 동안 학생들이 한 팀 안에서 프로젝트를 하는데, 4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꾸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커리큘럼이 선정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몬드라곤 기업의 핵심과제인 'Humanity at work'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고 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핵심인데, 사람마다 성장하는 속도와 방법이 다 다릅니다. 실제 사회, 커뮤니티에선 내 이웃이 나와 안 맞는다고 바꿀 수 없기 때문에 4년 동안 한 팀과 생활하면서 팀으로서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그 팀 내부에서는 굉장히 자유도가 높습니다. 팀 밖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만납니다. 사람들과의 함께 작업할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Q4. 프로젝트 진행 기간 동안은 장기적인 공부가 어려울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있나요?

일반적으로 대학에선 클래스와 프로젝트가 구분되는데 MTA에선 그 사이에 경계가 없고 프로젝트 자체가 배움의 수단입니다. 지식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팀 내에서의 개인학습을 강조하는데, 여기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독서와 글쓰기가 주가 됩니다. 함께 읽을 책을 정하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쓴 글에 대한 평가도 함께하고 모든 결과물을 팀 컴퍼니에서 공유, 상호학습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팀 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목적인 동시에 학습을 촉진시키는 방법이 되기 합니다.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PatI) with 재학생 

출처. kbs 다큐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1부) 세상에 없던 교육


Q1.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거꾸로 캠퍼스를 졸업했고 옆에 씨프로그램이 있어서 보다 많은 프로그램과 선택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MTA를 다녔었는데 짧게 워밍업 단계에서 학교를 다니며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MTA도 정말 좋았지만, 물리적으로 뭔가를 만들고 사람들과 인터렉션 하는 작업을 더 해보고 싶어 파티로 가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Q2. 현재까지 PaTI에서의 만족도는 어떠신가요?

PaTI의 수업은 일반 수업과 프로젝트 수업이 따로 있는데 긴 호흡으로 가는 것을 주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이 경우 학교에 계신 스승들이 수업하시는 게 아니라 다른 국내외의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하며 배움을 얻습니다. 그래서 길게는 일 년 짧게는 한 학기 정도로 프로젝트를 하는데 노래를 만드는 친구, 춤을 추는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의 작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매 학기 프로젝트 수업이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개인이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해서 학점 인정도 받을 수 있게끔 되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특화된 교육과정 설계가 가능한 것 그리고 국내외 디자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딱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파티에 지원한 것인데 지금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폐 플라스틱들을 모아서 분쇄하고 다시 사출 성형하는 기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가치 있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하려면 기계도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비주얼 작업도 필요하고 소통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입체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세상에 없던 대학, 새로운 선택지를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영상에서는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습해야 할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창의적 사고/소통 및 상호작용 능력을 뽑았습니다. 이 외에도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생활 동안 ‘얻어야 하는 역량’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참여자분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량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환경이 중고등학교 동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서 대 2병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실제 행동을 통해 흔적을 남긴다면 보다 많은 것을 자신감 있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활을 '4년간의 유예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가치를 쫓아야 할지 생각해보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패의 경험과 추진력

대학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 보는 경험과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MTA에서도 많은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더 많이 경험하고 성찰하도록 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실패했을 때에 피해가 생기는데 학교 안에선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이 용인되니까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능력, 학습과 성장에 대한 의지

학교 공부를 할 때에 학점, 어학성적 등의 스펙도 좋지만 자신의 전공에 대해 더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학생이 아닌 경계를 너무 심하게 두는 건 아닐까요?


자신에 대한 성찰은 고등학교 때에도, 대학에서도 30대 심지어 50대에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시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오고 언제 그 타이밍이 올 지도 알 수가 없는데 현재는 어떤 한 시기를 정해놓고 그 시기엔 꼭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대학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경계가 없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 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잘 협업할 수 있는지 등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어떤 배움도 시스템 없이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현 위치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점점 더 많아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모두의 바람으로 오늘의 대화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도 한 시간 반 꽉 채운 대화를 마쳤습니다.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요즘이지만 온라인으로나마 화면 너머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더욱 값진 것 같습니다. 책첵토크는 다음 주까지 이어집니다. 여전히 많은 질문과 앞으로 나눠야 할 대화거리들이 남았습니다. 다음 주에도 이어질 첵책토크, [대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의 기록을 기다려주세요! 


편집&글. 온더레코드 인턴 장혜수


매주 수요일 온더레코드의 뉴스레터가 새로운 배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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