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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뭘 좋아해?" 그애가 물었어요.

일상의 한마디. 07


 우리 카페의 마감시간은 밤 열시. 그로부터 30분 전이었다. 잠자리에 드려는 아이의 방처럼 낮과는 다르게 차분해진 공간의 공기, 마지막 설거지 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기분좋은 토닥임처럼 스며 있었다.    


 "있잖아요, 매니저님."

 

 빨간 고무장갑을 낀채 분주히 공간을 재우던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중대한 잘못이라도 고하려는듯 사뭇 진지한 얼굴로.


  





 여행을 좋아하고 크림파스타와 브라우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이 세상에는 여행을 좋아하고 크림파스타와 브라우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수십만명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특별해 보였던 건 저한테는 그애 뿐이었어요.


 자주가던 카페에 가던 길이었어요. 그 카페의 브라우니는 정말 맛있거든요. 무슨일인지 점심을 먹을 때부터 그애가 유난히 시무룩하고 말이 없는게 마음이 좋지 않아서, 얼른 달달한 브라우니를 사주고 싶었어요.


"너는 뭘 좋아해?"


 갑자기 멈춰선 그애가 제게 물었어요.


 "나? 나는 니가 좋아하는건 다 좋아하지."

 "내가 뭘 좋아하는데?"

 "너? 너 브라우니 좋아하잖아, 그래서 그거 먹으러 가려 했는데? 오늘은 다른거 먹고 싶어?"

 "그런게 아니라..."


 그애는 곧 울것만 같았어요. 나는 진심으로 그애가 좋아하는게 다 좋았는데 말이예요. 그렇다고 제가 리드를 못하거나 그랬던건 아니예요. 저는 그애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말 열심히 찾아서 데려가고 먹여주고 지극 정성이었다구요.


 그런데 아까 학생 커플이 왔었거든요.  학생들은 그렇잖아요. 용돈이 넉넉하지가 않은모양인지 고민고민하다가  케이크 하나에 커피 하나, 이렇게 해서 둘이 나눠 먹으려던것 같더라구요.


"오 티라미슈에 아메리카노, 그렇게 먹으면 맛있겠다."


 쇼케이스를 들여다 보던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친구가 선뜻 그러자고 대답을 못했어요.


"아 맞다, 너 커피 못먹지 미안 깜빡했어! 다른거 먹자"

"아니야~ 커피 마셔도 괜찮아! 아메리카노랑 티라미슈 하나 주세요!"


 당황한 여자아이 앞에서 남자아이가 방실방실 웃으며 정말 괜찮다며 주문을 했어요. 둘이 꾸깃꾸깃한 돈을 합쳐 계산을 하고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남자아이가 밖으로 나갔어요. 근데 갑자기 여자아이가 그러는거예요 .


"정말 죄송한데요,

아메리카노랑 비슷한 가격으로 뭐있어요? 쟤가 커피를 못마셔서요.

음... 아이스티로 바꿀게요! 저거 달죠?"


 자기가 좋아하는걸 주문하는 것도 아닌데 잔뜩 행복해 보이는 얼굴, 선물을 고르는 아이마냥 들떠있는 표정. 그때 그 여자아이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제가 좋아했던 그애도 같은 마음이었다거를요.


 제가 그애가 좋아하는걸 알고 싶어하고 또 해주고 싶었던 만큼,

그애 역시 제가 좋아하는걸 알고 싶어하고 그걸 해주고 싶었던 거라면, 그애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아무리 묻고 궁금해 해도 제가 내어 놓은 대답에는 제 이야기란 없고,

그애가 더 잘 알고 있는 자기 자신 뿐이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그녀가 좋아하는걸 다 해준다는걸 핑계로, 

끝까지 그녀가 좋아하는걸 몰랐던 거죠.

그렇게나 나를 좋아해주었는데도.


 그애가 헤어지자 했던날, 저는 그애 한테 정말 헤어지고 싶냐고 물었어요.

그럴게 아니였어요. 그때만이라도 그애가 하고 싶은거 말고,

제가 하고 싶은걸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나는 아직 헤어지기 싫다고, 옆에 있고 싶다고요.


 에휴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던건 아니구요~

매니저님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아서

제가 그 친구들 아이스티 한 잔은 서비스로 줬다는,

그거 말하려던건데..


괜찮죠? 제 마음 다 이해 가시죠?

안 혼나려고 부연 설명이 길었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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