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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일상의 한마디 .09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그녀의 눈빛만으로도 말랑해지던 그의 가슴이 

세상의 풍파에 굳어버리고 말았던 날이였다.


그가 그녀를 만나러 오던 길을 이번에는 그녀가 그를 향해 걸었다. 

걸음을 딛거든 그 보폭 만큼 그녀를 향했던 그의 사랑을 마주하면서.




'우와- 이렇게 멀었었나?


여기쯤 부터는 조금 지쳤겠구나,


이 모퉁이에서 우리 처음 손잡았었는데.


안그래도 손이 찬데 많이 추워했겠다.'




드디어 도착한 그의 동네.


참기 힘든 정적 끝에 그가 고백하듯 늘어 놓은 이야기란,

가진것 없이 초라한 자신이라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것 같단다.

반복되는 좌절과 잃어버린 용기에 잔뜩 지쳐있는 어깨가 안쓰럽다.


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그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귀여운 용기를 냈다.


작고 따듯한 그녀의 손. 

사실 그는 자신의 손이 더 차가워 추운날엔 손을 잡고 걷기도 미안했더란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커다랗고 차가운 손안에 자기의 온기를 눌러 넣고도, 

그리하여 제 손이 차가워져도 뭐가 그리 좋은지 빙긋 웃는 그녀였다.


그의 꽁꽁 얼었던 표정이 어쩔 수 없다는듯 누그러졌다.


세상이 얼려둔 단단함마저

무르게 만드는


그에게 그녀란 

하나의 계절이었으니까.




글 . 이지은 www.facebook.com/12comma

사진 . 김송미 www.facebook.com/songs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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