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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Jul 19. 2019

기억 소환

일주일에 한번 아들과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나는 참 좋다. 아들의 컨디션과 관심사를 듣는다. 그 중에는 휴대폰 게임을 4개만 남기고 다 지웠다는 이야기부터, 누가 싫다, 좋다, 요즘 너무 바쁘다 등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고등학교 입시, 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엄마가 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담임을 한번 만나야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보는 자신의 모습도 궁금하다며 알려달라고 했다. 



중2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아들은 사춘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성에 관심이 많아서 데이팅앱을 깔기도 하고(영어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글자 획수로 이름 점을 치기도 한다. 학교의 룰을 지키되 조금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학교를 폭발시킬 듯 분노한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사회적인 가면을 운운하며 눈치를 보기도 하고, 다 필요없다며 혼자 피크닉 매트를 들고 올림픽공원에 가 누워있다 온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나는 나의 사춘기를 복기한다. 아들의 감정 기복을 엿보고, (이제 와 생각해보면 쓸모없는) 아들의 아이디어들을 들으면서 나는 오래 전 기억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종종 마음이 따끈따끈해진다. 작년, 아들이 나에게 "엄마, 이 책 괜찮아"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건넸다. 그때 반가운 동지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던 사람은 마흔 살의 내가 아니라 17살 책에 빠져 있던 한 여학생이었다. 그렇게 아들과 나의 십대가 통하는 빛나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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