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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Nov 24. 2018

옆에 대하여 1

30일 시필사

어느 날 아침 내가 침대에서 본 남자는 죽어 있었다. 더 이상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실컷 자고 오후엔 우리 소풍을 가요. 나는 남자 옆에서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잤다.


해변은 휘어져 있었다. 그런 옆에 대하여, 노을에 대하여, 화염에 대하여,

그네에 대하여,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옆에 대하여 1, 김행숙, 이별의 능력


눈이 왔다고 하니, 섹스가 생각났다. 다행히 내 옆의 남자는 죽지 않았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니. 


뜨거운 물로 오즈와 함께 샤워를 하고(지구를 지키는 아이디어 중 하나가 '연인과 함께 샤워하기'다) 한기를 식히려 이불 속에 들어갔다. 순간 조용해지고 느닷없이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일. 항상 잠으로 빠지거나 웃다가 끝나는 일. 들러 붙어 잠에 빠지진 않고, 아 추워추워 하면서 서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잠시 후에 배가 고파 일어난 것이 오늘의 토요일 본격 시작이다.   


아, 이렇게 온전히 내맘대로 보내는 토요일이 얼마만인가. 게다가 눈이 온 토요일. 


단골이 되기로 결심한 안경집도 찾았고, 아들과 잠시 걸으며 대화도 나눴다. 오즈와 식탁에 마주 앉아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자고, 또 아현동 KT 화재 소식을 읽었다. "홍대 공중전화 박스에 줄이 엄청 길다며, 1997년 크리스마스 같이." 내일은 또 오즈의 옆을 보면서 무슨 일을 벌일지. 


#옆에 대하여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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