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2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무제' 작품의 설명은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안휘경, 제시카 체라시 지음 | 조경실 옮김 | 행성B잎새)> 83페이지를 참조한 글입니다.
쿠바 태생의 미국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는 1990년에서 1993년까지 무제 작품 19점을 전시했습니다.
이 작품들의 재료는 수백 개의 사탕, 초콜릿이었는데요. 전시장 구석에 이 재료를 쌓아 놓거나 깔아 놓았죠. 안내문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람객이 원할 경우 마음껏 사탕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작가의 지시에 따라 이 사탕과 초콜릿은 채워지기도 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들을 ’캔디 스필스(Candy Spills)’라고 부릅니다. 줄기도 하고, 다시 채워지기도 하는 이 작품들은 상태가 계속 변하는 인터랙티브 조각같기도 한데요. 작가는 “고정된 형태와 한결같은 성질을 지닌 조각품을 만드는 대신에 사라지고 변화하며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 형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습니다.
*터너 상 수상 후에 밝힌 인터뷰
캔디스필스 시리즈 중 대표 작품인 ‘무제-LA 로스의 초상(Untitled-Portrait of Ross, 1991)’은 색색으로 포장한 사탕을 쌓아 두었는데요. 사탕들이 쌓인 무게는 에이즈로 사망한 연인 로스의 생전 몸무게라고 합니다. 관람객들은 이 사탕 역시 조금씩 가져갈 수 있었는데요. 작가는 큐레이터에게 매일 아침 줄어든 무게만큼의 사탕을 채워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네요.
토레스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무제-완벽한 연인(Untitled-Perfect lovers, 1991)’도 연인 로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똑같은 모형의 시계에 동시에 건전지를 넣고 함께 전시하는 것이 이 작품의 끝입니다. 전시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시작한 시간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같은 모습,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연인이지만, 결국에는 어긋나 버리는 것이죠. 먼저 세상을 떠난 로스를 그리워하는 걸까요?
이제는 사라진 삼성갤러리에서 십여년 전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전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은색으로 포장된 사탕 3개와 출력된 포스터를 집어 온 기억이 납니다.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연인과 같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토레스의 이야기와 작품을 떠올리며 쓸쓸하게 동대문까지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