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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온 카와라의 '오늘(Today)'

[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1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프로젝트100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온 카와라(On Kawara)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2014년에 사망한 그의 생몰연도는 '29,771일'. 


그는 <Today>라는 날짜 페인팅 시리즈로 현대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는데요. 1966년 4월 시작한 이 시리즈는 그가 죽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작품은 캔버스에 그날의 날짜를 기록하는 게 다입니다. "JAN.4,1966"이런 식으로요. 단색 바탕에 이 작품을 제작한 날짜를 채색한 것인데, 보기와 달리 그림을 그리는 데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작품을 만들 때 몇 가지 룰이 있습니다. 캔버스 규격은 8개로 제한할 것, 캔버스에 바탕칠은 다섯 번, 날짜는 자를 대고 그린 뒤 흰색 물감으로 일곱 번 칠할 것. 그 날짜의 자정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폐기할 것. 또 완성된 작품에는 그날의 신문을 반드시 스크랩해서 작품과 함께 보관할 것.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단조롭고 반복적입니다. 가끔 붉은색이나 파란색 바탕이 쓰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검은색 바탕이고 서체도 미세하게 변하지만 산셰리프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일상을 닮았죠. 그에 비해 페어로 스크랩한 신문은 일어나기 힘든 다양한 이벤트와 사고로 가득하죠. 


작가는 시간의 역사를 성실하게 예술로 기록하면서 보는 이에게 단순하고 꾸준한 삶과 일상의 책임을 안겨 주는 느낌입니다. 카와라의 작품에는 오직 날짜만 담겨 있는데도 저는 크고 작게 걸린 날짜 상자들이 마치 매일매일의 생을 살고 마치는 묘비 같다고나 할까요. 마치 일력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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